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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어제의 적’ 시리아 정부와 손잡은 쿠르드족
터키군 공동방어·장악지 양보
‘완벽한 자치정부’ 물거품 위기
목화를 따고 있던 주민들이 쿠르드족 지역의 군사 작전을 위해 탱크를 싣고 지나가는 터키군의 차량을 보고 있다. [EPA]

미국으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 적대 관계였던 시리아 정부와 손을 맞잡았다. 터키군의 공격을 공동으로 방어하기로 합의했다. 시리아 정부가 터키군을 저지해주는 대신, 쿠르드족이 장악한 도시 두 곳을 시리아 정부에게 양보하는 것이 거래 조건이다.

쿠르드족의 반(半)자치 거점도시마저 협상 조건에 포함되면서 미군 철군 결정과 이어진 터키군의 공격으로 쿠르드족은 오랫동안 염원해 온 ‘완벽한’ 자치 정부 수립의 꿈마저 위협받게 됐다.

시리아 북부지역 쿠르드 민병대(YPG)에 대한 터키군의 공격이 닷새째에 접어든 13일(현지시간) 수세에 몰린 쿠르드족이 바샤르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이날 보도했다. 시리아 국영방송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쿠르드족과의 협상에 따라 이날 시리아 북부 도시로 이동을 시작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북부 도시 코바니와 인근 만비즈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내 대표적 반정부 세력인 쿠르드족이 알아사드 정권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은 현재 쿠르드족이 놓인 절박한 상황의 방증이다. 믿었던 미국이 시리아 철군을 선언하고, 터키군의 공세가 잇따르면서 어제의 적이었던 알아사드 정부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도움을 요청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완전한 자치정부를 수립하겠다는 쿠르드족의 오랜 염원마저 위태로워졌다. 외신에 따르면 쿠르드족 관리들은 러시아의 중재 하에 진행된 이번 협상에서 쿠르드족은 시리아 정부군 지원의 조건으로 자신들의 점령지인 만비즈와 코바니를 양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바니는 쿠르드족 반정부 자치의 거점 도시 세 곳 중 하나다.

가디언은 “이 협상으로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들이 지켜온 반자치정부는 씁쓸한 종결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스마크 셰이크 핫산 코바니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쿠르드족의 운명은 끝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박멸’을 주장한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부활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은 터키군이 시리아 ‘아인이사 캠프’를 포격하는 과정에서, 시설에 억류돼 있던 IS 대원 가족 등 785명이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IS는 현재는 시리아에서 어떤 영토도 지배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자들을 전국에 두고 있다”면서 “IS의 부활을 가능케 만드는 위험이 더욱 높아졌다”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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