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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D공포] 9월 물가 -0.4%, 사상 첫 2개월 연속 마이너스…최악 디플레 현실화 우려 증대
통계청, 9월 소비자물가 발표…정부, “디플레 아니다” 방어 총력전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0.4% 하락하며 경제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의 공식통계상 사상 첫 하락이며, 소숫점 둘째자리까지 감안하면 8월(-0.04%)에 이어 사상 처음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가뜩이나 경제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물가마저 하락해 최악의 ‘디플레이션(deflation)’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른바 ‘D공포’가 확산하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당국은 긴급 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하락은 농산물 가격하락과 저유가 등 공급측 요인과 무상교육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책당국이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지만 전문가들은 디플레를 공식화할 단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디플레 전단계인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초저물가)’ 국면에서 공급 및 정책적 요인이 가세해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라며 디플레 경고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지금처럼 수출·투자 등 경기 흐름이 약화돼 수요가 부진한 상태가 장기화하고 향후 생산인구 급감 등이 겹칠 경우 디플레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물가는 전월대비 0.4% 올랐지만, 전년동월대비로는 0.4% 하락했다.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계산하는 정부의 공식통계상 1965년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 작성 이후 사상 첫 마이너스이며, 사실상의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지난달 물가를 떨어뜨린 데에는 농산물과 석유류의 가격 하락과 정책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3.8% 급락하며 전체 물가를 0.69%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폭염 등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14.9% 급등했으나 올해는 작황이 호조를 보이며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물가 영향은 미미했다. 축·수산물을 포함한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8.3% 하락하며 전체물가에 -0.73%포인트 영향을 미쳤다.

석유류도 국제유가가 1년 전 70달러대 중반에서 최근 60달러대로 떨어지며 물가 하락에 일조했다. 지난달 국내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5.6% 하락해 전체물가를 0.26%포인트 끌어내렸다.

또 지난달부터 무상교육 확대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의 정책 시행으로 고교납입금(-36.2%), 학교급식비(-57.8%), 병원검사료(-10.3%), 보육시설 이용료(-4.3%) 등이 크게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체적으로 공공서비스 물가가 1.2% 하락하며 전체물가를 0.17%포인트 끌어내렸다.

하지만 이런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우리경제 내부의 인플레 압력은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계절적·일시적 요인을 제거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달 0.6% 상승하는데 그쳤다.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했던 1999년 9월(0.3%) 이후 20년만의 최저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지난달 0.5% 오르는 데 그쳐, 이 역시 1999년 12월(0.1%) 이후 약 2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디플레 우려가 고조되자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한은과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고 “일각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물가하락은 정책적·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대 중후반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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