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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3년…‘3·5·10룰’이 바꾼 접대문화
“식사비는 3만원” 인식 자리잡아
명절선물 5만원 이하 크게 늘어
일부에선 꼼수·편법 진화하기도

#1. 서울 중앙부처 5급 공무원 김모(46)씨는 올해 추석 아내로부터 “직장에 무슨 안좋은 일이 있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명절을 맞아 들어오는 기업 선물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김영란법 이후 선물이 크게 줄고 가격대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오는 28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꼭 3년이 된다. 공무원, 교직원,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김영란법은 식사접대비는 1인당 3만원, 선물은 5만원(농축산물은 10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했다. ▶관련기사 9면

김영란법 시행 3년. 그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취재에 응한 이들은 대부분 “김영란법 시행 전과 비교해 문화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판공비는 김영란법 시행 전과 비교해 50%가까이 줄었다. 2차, 3차 문화도 없어지고 골프 접대도 사라졌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한 중학교 교사(34)는 “학부모들이 음료를 선생님에게 주면, 김영란법 얘기를 하며 거절한다. 학부모들이 씁쓸해하는 모습도 봤지만 교사입장에서는 편하다”고 했다. 정부 관청 주변 식당 중에는 ‘김영란 세트’ 등의 메뉴명으로 가격 상한을 3만원으로 맞추는 곳이 많아졌다. 명절선물도 5만원 이하 세트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달라진 접대문화와 시민 의식과는 별개로 “세세히 추적할 수 없어 있으나마나한 법이 됐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편법과 꼼수도 함께 진화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식사 접대의 경우 인원수를 아예 쓰지 않거나 실제 참석 인원보다 많게 쓰는 방법으로 김영란법을 피해가는 회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조사비도 회사 이름 대신, 개인 이름으로 분산해 내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골프의 경우 접대회사 직원 2명, 접대 대상자 2명 등이 참석했지만 4명 모두 직원으로 처리하는 식으로 김영란법을 피해가는 회사도 있다”고 귀띔했다. 수사 당국 역시 김영란법 판례들이 충분치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산농가와 농업인들,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으로 받는 타격도 여전하다. 서울 양천구에서 참치회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무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5만원, 10만원짜리 손님은 아예 없다”고 푸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정지현 선임연구원은 “외식업 업황 악화에 김영란 법 영향이 있다”며 “3년이 지났다. 인건비, 임대료, 물가 모두 올랐다. 규제 상한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올해 설 한우 선물세트 판매량은 5억1850만원으로 김영란법 시행전인 2016년 5억6370만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 국내산 농수축산물 규제 제외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병국·정세희·박상현·김민지 기자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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