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 증후군’ 앓아 ‘한 가지 집중’ 능력 도움
‘기후변화 협정 탈퇴’ 트럼프에 ‘불꽃 눈총’ 화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 문구(아래)를 자신의 SNS 소개글로 바꾼 툰베리의 트위터(위) . [툰베리, 트럼프 트위터 캡처] |
[헤럴드경제=조현아 기자] 유엔에서 당찬 목소리로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세계지도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 10대 소녀가 화제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마주 보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disorder)’을 앓고 있는데도 국제회의장에 당당히 나서 ‘지구를 살리자’고 세상을 향해 눈을 맞추는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는 기후변화의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는 3분간의 ‘감동 연설’을 해 눈길을 끌었다.
유엔에서 연설하는 10대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트위터, 연합] |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툰베리는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린 나이에 이처럼 ‘지구지킴이’로 나서게 된 까닭은 무얼까?
그녀는 아홉 살 때 학교 수업을 통해 처음 ‘지구 환경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기후변화’에 흥미를 느껴 관련 공부에 매진, 국제적 환경운동가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는데, 여기에는 그녀가 앓고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 영향도 크다고 본다.
이 증후군은 무엇이든 ‘꽂히는’ 하나에 집중해 온갖 수치와 내용을 줄줄 외우는 발달장애인 자폐증의 하나로, 툰베리는 ‘지구 살리기’에 꽂힌 셈이다.
그녀는 실생활에서도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집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으며, 육식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 대신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기도 한 툰베리는 연설 이후 세계 청소년들과 함께 독일,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등 5개국을 유엔에 제소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8월부터 매주 금요일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에 항의하는 등교 거부’ 1인시위에 나섰다. 이후 이 시위는 세계 133개국 청소년 160만명이 동참해 ‘미래를 위한 금요일’ 캠페인으로 발전했으며 전 세계적 기후 파업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돼 지난 20일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가 됐다.
유엔 연설 후 트럼프를 바라보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단호한 표정이 화제다. [연합] |
특히 이날 연설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던 툰베리가 잠시 마주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는 ‘레이저 눈빛’이 이슈가 됐다.
‘기후행동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던 트럼프는 조금 늦게 깜짝 참석해 다른 관계자와 대화를 나눴는데, 순간 이를 옆에서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는 툰베리의 날카로운 시선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는 지난 2017년 트럼프는 ‘기후변화 협정’을 탈퇴한다고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화제가 되자 트럼프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툰베리를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아주 행복한 어린 소녀로 보였다”며 조롱조의 글을 올렸다.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환경운동가’가 아닌 ‘꿈 많은 소녀’로 묘사하며 비꼰 것으로 보인다.
이에 툰베리는 트럼프의 '조롱' 문구를 자신의 SNS 소개글로 바꾸며 맞받아쳐 눈길을 끌었다.
또 일본의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도 기후변화를 ‘즐겁고 멋지게, 섹시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황당 발언을 해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한편 툰베리는 유엔 연설에서 “지구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는데, 각국 지도자들이 충분히 대처하지 못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쥐여준다”고 질타하며 이어 “당신들은 돈과 경제성장이라는 허울뿐인 말로 어린 세대의 꿈을 빼앗아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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