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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바랜 평양공동선언 1주년…北 논평도 없었다
-1주년 기념식, 北 불참에 돼지열병으로 한층 더 김빠져
-김연철 “남북이 판문점선언 계승·발전시킨 소중한 합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919 평양공동선언 채택 1주년을 맞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도 소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빛이 바랜 모습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작년 9월19일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손을 맞잡은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9·19 평양공동선언’이 19일로 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 대화 기류가 끊긴 뒤 남북관계도 소강국면에 빠져들면서 빛이 바랜 모습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년 전 오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비롯해 핵 없는 한반도, 실질적 전쟁위험 및 근본적 적대관계 해소, 민족경제 균형발전, 이산가족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협력 강화 등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의 이정표가 될 만한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15만명의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하고, 남북정상이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라 손을 맞잡는 감동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남북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군 당국 간 9·19 군사합의서도 체결했으며, 한달 뒤 고위급회담을 열고 철도·도로협력을 비롯해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세부적인 로드맵도 마련했다. 특히 국방부가 전날 밝힌 대로 북한은 9·19 군사합의서 체결 이후 단 1건의 합의위반도 하지 않는 등 군사적 긴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김연철 통일장관은 이날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평양공동선언은 남북한 정상이 뜻을 모아 판문점선언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소중한 합의”라며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군사적 긴장 완화, 교류협력 확대 등 다양한 남북 간 현안문제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누고 실천적 방안들에 합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 시점 남북관계는 수렁에 빠진 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주년 기념식부터가 남북공동행사가 아닌 남측만의 반쪽행사로 치러졌다. 앞서 4·27 판문점선언 1주년 때는 그나마 북한에 기념행사 개최 사실을 통보했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남측 당국자와 마주앉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등 문을 걸어잠그는 바람에 통보조차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경기 북부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기념식 장소가 애초 도라산역에서 남북회담본부로 변경되고, 국민과 함께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감동과 의미, 성과를 되새긴다는 차원에서 마련한 ‘평화열차’ 프로그램이 취소되는 등 한층 더 쪼그라든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김 장관은 기념사에서 “오늘 당초 계획은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평화열차들이 북으로 가는 첫 번째 역, 도라산역에 모여 남북간 철도연결에 대한 국민적 의지를 모으는 것이었다”며 “아쉽게도 이번에는 달리지 못했지만 앞으로 평화의 열차가 도라산역을 넘고 개성과 평양, 신의주를 지나 광활한 유라시아대륙까지 힘차게 달릴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작년 평양공동선언 합의와 관련해 관영매체 등을 통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뜻깊은 사변’,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번영의 새로운 장을 열어놓은 역사적 사변’이라고 호평한 것과 달리 1주년을 맞이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할만한 논평이나 입장 표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남측의 F-35A를 비롯한 첨단 무기체계 도입을 빌미로 남북합의 위반이라며 대남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상태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을 두고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제재 틀 속에서 남북관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데 대한 불만과 평양공동선언에 명시한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가 정작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는 미국에 먹혀들지 못한 데 대한 실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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