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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절대선과 ‘괴물’

절대선이라는 단어는 ‘어떠한 경우에도 선한 것’이라고 정의(定義)돼 있다. 과연 절대선은 세상에 존재할까. 이에 대해 인류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고민해 왔다. 전지전능하고 절대적으로 선한, 절대선인 신(神)이 있는데 악이 존재하는 세상의 모순에 의문을 가진 것이다.

절대선의 존재 여부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데이빗 흄이 정리한 관련 내용이 있다. 흄은 ▷신은 전지하다 ▷신은 지선(至善)하다 ▷신은 전능하다 ▷하지만 악은 존재한다 ▷앞서 말한 네 가지가 모두 성립할 수 없어 모순이 발생하며, 넷 중 하나는 틀렸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정리했다. 흄의 정리에 따르면 신, 즉 절대선이 존재함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지금 국회는 여야 간 진영 대결만 남았다”며 “밑바탕에는 ‘우리가 절대선이다. 너희는 악이다’라는 인식이 깔린 것 같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절대선이 존재하느냐. 우리 말만 옳다고 하고 상대방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한쪽에서 편가르기 발언을 하면 상대 쪽까지 맞받아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야권뿐 아니라 여당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촉발된 작금의 사태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청와대와 여권의 모습은 김 최고위원의 발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존재하지 않는 절대선이라는 촛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비 같다는 느낌이 든다. 범여권이 지향하고 있는 절대선은 ‘검찰 개혁’일 것이다. 조 장관이 검찰 개혁만 해낸다면 그동안 얽힌 각종 의혹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권의 생각인 듯 하다.

하지만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이라는 임무를 완수할 적임자인지는 의문이다. 검찰은 이미 그의 부인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이라는 5촌 조카도 구속했다. 가족이 줄줄이 의혹의 중심에 선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검찰 개혁이 가능할까. 검찰 개혁을 명분 삼아 장관의 권한인 검찰 인사권 등을 행사했다가는 “가족 감싸기”,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등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국민도 조 장관의 편이 아니다. 한 지상파 방송사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 추석 연휴 막바지인 지난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조 장관 임명에 대해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57.1%로, ‘잘한 일’이라는 답변 36.3%보다 20.8%포인트 높았다. 임명을 강행한 청와대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에 대해서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51.7%로,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44.5%)보다 많았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옛말을 돌이켜 볼 때 조 장관의 업무 수행은 명분이 없어 보인다. 검찰 개혁이라는 임무 완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도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이라는, 스스로 규정한 절대선을 명분으로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혹 ‘괴물’이 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괴물의 뜻은 KBS 드라마 ‘정도전’에서 배우 박영규 씨가 연기한 고려 말기 권신 이인임이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대는 아직 괴물이 아니오. 단지 이상향을 꿈꾸는 순진한 선비일 뿐…. 그러나 이제 진짜 괴물이 되겠지. 정치에서 괴물은 과도한 이상과 권력이 합쳐질 때 탄생되는 것이니,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외다.”

신상윤 모바일섹션 이슈팀장/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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