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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黃의 삭발’ 승부수 통할까…“단식투쟁 했어야” 등 비판시각도
조국 사퇴 압박·내부 결속 효과
모범생서 ‘야성 투사’ 이미지로

약(藥)이냐, 독(毒)이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 승부수’가 당과 그 스스로에게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당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2019년 대한민국에서 제1야당 대표가 청와대를 찾아 저항 뜻으로 삭발을 해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이는)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이학재 의원은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황 대표의 삭발을 놓고 “조국의 사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주장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철회를 외치며 단식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단식은 이날 기준 3일차다.

앞서 황 대표는 전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삭발한 주요 정치권 인사 중 이언주 무소속 의원, 같은 당의 박인숙 의원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삭발식 후 당 의원들과 자정까지 농성에도 앞장섰다.

황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이번 삭발식이 이슈를 주도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는 조 장관이 임명장을 받은 이후 차츰 조 장관이 얽힌 의혹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질 수 있는 것을 염려 중이다. 황 대표가 원내 제1야당 대표로는 초유 결정에 나서면서 동력을 다시 찾겠다는 전략이다.

내부 결속 다지기 의도도 엿보인다. ‘조국 정국’이 1개월 넘게 진행되면서 무당층 비율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당에 흡수되지 않자 당 안팎에선 지도부 회의론이 불거지는 중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일각서 제기하는 지도부 총사퇴론이 들불처럼 번지기 전 행동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황 대표가 삭발식을 통해 자신 이미지를 극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중도 짙어 보인다. 수차례 장외투쟁 이후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모범생 이미지를 야성 있는 투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삭발식 장소를 국회나 광화문 광장이 아닌 청와대로 정한데는 문재인 대통령과 동급에서 각을 세우는 효과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선 황 대표의 이번 결단이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일단 타이밍을 놓쳤다는 말이 나온다. 애초 조 장관이 임명된 직후 결단했어야 할 행동이었다는 지적이다. ‘추석 민심’ 이후 눈치껏 하는 행동 아니냐는 말도 뒤따르는 형국이다. 애초 전의를 끌어올릴 의도라면 차라리 삭발 아닌 단식에 나섰어야한다는 비판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기가 한참 지난 삭발을 투쟁 방식으로 택한 것은 여권에게 되레 비웃음을 살 수 있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정권에 맞서 단식에 나선 것처럼, 필요하다면 정말 목숨 거는 모습을 보여야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이원율 기자/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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