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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커머스 공세는 마트엔 기회…7대 전략상품으로 위기 넘겠다”
김 웅 홈플러스 상품부문장 인터넷 쏠림·인구 감소 위기로 보여도 주 52시간 근무·윤창호법 실행은 호재 축산·델리·냉장·술 등 카테고리 선정 최고의 품질관리로 고객 충성도 유도 고객에 어필하는 스토리로 차별화 강화 홈플러스만 고집하는 고객 늘릴 것
김웅 홈플러스 상품부문장(전무)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고객이 변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며 상품과 가격을 매치할 수 있는 감이 생겼고, 주 고객이 2030에서 5060으로 다소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더 현명해졌습니다. 유통회사들도 이들을 상대하려면 유통 본연의 기능에 집중해야 합니다”

쿠팡을 필두로 한 e커머스의 역습으로 어느 때보다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6년차 베테랑 바이어로서 전국 140여개 홈플러스 매장의 상품 전략과 소싱 업무 등을 총괄하는 김웅 홈플러스 상품부문장(전무) 역시 현장에서 어려움을 직접 체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상황은 어렵지만, 오히려 유통업체가 본질에 집중할 수 있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예상 외로 긍정적이었다.

▶“좋은 물건을 더 싸게”…유통의 본질로 돌아가다=김 부문장은 “사실 이커머스 부문이 확대나 인구 감소 등으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힘들긴 하지만 전체 파이가 감소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 사회 분위기는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데다 윤창호법 개정안 발효로 음주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외식보다 내식(內食)이 늘면서 식품을 취급하는 사업자에게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프레시(Fresh·신선식품)나 그로서리(Grocery·식료품) 담당 바이어들에게는 이런 경향이 기회가 될 수 있고, 의류 등 최근 이커머스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카테고리 담당에게도 원스톱 쇼핑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품목이라고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서 그가 강조한 유통업계의 ‘본질’은 무엇일까. 김 부문장은 ‘좋은 물건을 더 싸게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NB(National Brand·제조업자 브랜드)로는 한계가 있다보니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물량을 확대해 본질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PB 상품 기준은 예전보다 높아졌다.

그는 소비자가 기대하는 PB 상품에 대해 “품질 기준은 NB보다 같거나 높지만, 가격은 5~10% 싸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질 기준은 높아졌는데도 기대 가격은 낮아진 셈이다. 덕분에 최근 ‘비용 절감’은 유통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홈플러스도 인건비를 줄이고자 진열 방식을 박스채 할 수 있는 RRP(Retail Ready Pack·박스 단위 진열)나 팔레트 진열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제품 바이어도 채널별이 아니라 품목별로 나눠 최적화했다. 배 담당 바이어가 홈플러스는 물론 홈플러스 스페셜, 익스프레스, 365플러스(편의점) 등에 들어가는 배 상품을 채널별로 각각 소싱을 하는 식이다.

▶“목적 구매상품이 있어야 매장을 찾는다”=여기에 홈플러스에 가야만 살 수 있는 전략 제품을 확대하는 이른바 ‘상품 차별화’에도 신경쓰고 있다. 김 부문장은 “1~2㎞를 더 가더라도 홈플러스에 가야 하는 목적 구매상품(Destination Category)이 있어야 고객이 매장을 찾는다고 생각한다”며 “‘7대 전략 카테고리’를 설정해 목숨을 걸고 최고를 만들고자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홈플러스가 최근 설정한 7대 전략 카테고리는 축산과 델리, 냉장, 냉동, 유제품, 술, 헬스 등이다. 특히 축산은 대표적인 목적 구매 상품으로, 좋은 고기를 사기 위해 단골 매장을 바꿀 수도 있는 상품이다. 거기다 제품 단가가 높고 채소, 쌈장 등 연관 상품의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한우는 가격이 워낙 높다보니 40~50% 할인행사를 해도 고객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김 부문장은 “한우는 높은 단가 때문에 서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수입 소고기 품질 관리를 위해 최근 직소싱 비중을 70%까지 늘렸다. 또 현지에서 매장까지 동일한 품질로 올 수 있도록 미국, 호주 등 축산물 포장 전문업체(Packer)는 물론 선적, 이동 등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소싱을 확대해 다른 마트에서는 살 수 없는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홈플러스는 지난 1월 국내 유통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유럽 최대 규모의 유통연합인 EMD(European Marketing Distribution AG)에 가입했다. 또 세계 최대 아웃소싱 업체인 리앤펑(Li&Fung)과도 협업 중이다. 글로벌 소싱을 주도하는 영국계 외국인 임원인 닐 마피(Neil Maffey) PB·GS본부장도 영입했다.

▶가격으로만 어필하는 시대는 지났다…유통도 ‘스토리텔링’=김 부문장이 생각하는 상품 차별화의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지금까지 홈플러스만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상품이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를 입혀 구매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배추를 팔 때 ‘배추 3통에 0000원이다’라는 걸 알리는 게 중요했지만 이제는 ‘해남에 있는 김 아무개 농부가 해풍을 맞히면서 키워낸 귀한 배추’라는 식으로 스토리를 담아내야 매출이 올라간다”며 “스토리텔링이 상품 차별화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덕분에 최근 홈플러스의 바이어들은 제품 소싱 결제를 올릴 때마다 납품 농장이나 공장을 설득할 때만큼 호소력 있는 단어로 제품 스토리를 한 문장에 담아내는 데 공을 들인다. 또 마케팅팀에는 바이어들의 제품의 스토리를 간단한 문장에 효과적으로 담아 낼 수 있도록 카피라이터가 상주하고 있다.

김 부문장은 “홈플러스가 전략 카테고리는 물론 신선식품 등에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특정 상품을 사려고 홈플러스만을 고집하는 고객이 많지는 않다”며 “이런 고객들이 늘어나는 것이 최종 목표이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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