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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증하는 고령자 운전사고…예방 팔 걷은 경찰·지자체
65세이상 교통사고 5년새 48%↑
“2028년 운전인구의 22%” 전망
경찰, 고령운전 안전대책協 발족
조건부면허·수시적성검사 논의
지자체, 면허반납 운전자에 혜택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매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가해자가 고령 운전자가인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12일 경남 양산 통도사 입구에서도 있었던 교통사고 현장. A(75)씨가 몰던 차량이 인파를 덮쳐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연합]

# 여름이 한참 뜨겁던 올해 8월 중순 서울 용산에선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8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차량 우측 보행자를 피하기 위해 좌측으로 핸들을 급격히 꺾으면서 차량 좌측에서 보행중이던 40대 주부를 그대로 덮친 것이다. 두명의 10대 자녀를 둔 주부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관계자는 “운전자 부주의였다. 그러나 그 운전자의 죄책감을 생각해보라. 제대로 살 수 있겟나. 80대 운전자 역시 또다른 피해자다.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고령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건수가 감소하며 해마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것과 달리, 고령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운전자에게 10만원의 교통비를 지급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경찰청은 인센티브 지원 방안과 함께 고령운전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 교통사고는 3만12명으로 2014년(2만275명) 대비 48% 늘었다. 부상자수는 같은 기간 2만9420명에서 4만3469명으로 48% 증가했으며 사망자수는 지난해 843명으로 2014년(763명)대비 약 10%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유형을 보면 지난해 기준 ‘차 대 차’ 사고가 2만2504건으로 가장 많고 ‘차 대 사람’은 5836건, ‘차량 단독’은 1671건이다.

늘어나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줄어드는 추세와는 반대 흐름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014년 4762명에서 해마다 줄어들어 2018년에는 3781명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25일부터 0.05%에서 0.03%로 낮추는 내용 제2윤창호법(개정도로교통법) 시행되고 있어 올해에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7월~8월 음주운전 사망 사고는 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명에서 크게 감소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늘어나는 주 원인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운전하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98만6676명으로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의 9%를 차지했다. 2010년 100만을 넘어선 고령운전자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28년에는 전체 운전인구의 22%를 고령운전자가 차지할 전망이다. 운전자의 판단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흐려지는데, 정지해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은 40세부터 저하되기 시작하고 60대 이상의 나이가 되면, 30대였을 때에 비해 80%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한국교통연구원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감소방안)도 있다.

경찰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10일에는 경찰청이 중심이 된 범정부 협의체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를 발족했다. 경찰청은 협의회를 통해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과 수시 적성검사 제도 개선, 운전면허 자진반납 인센티브 재원 확보 및 지원방안,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안전시설 시인성 확보 등의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7월 “고령이라고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능력에 따라 야간 운전을 제한하는 등 일정 조건과 함께 운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다각적 측면에서 조건부 면허를 검토하고 있다”며 “나이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고, 운전능력 평가 절차 등을 거쳐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거나 첨단안전장치를 장착하는 등 조건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해외사례 조사와 전문연구 등을 통해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 의료·기술능력 평가를 통해 야간운전을 금지하고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고 운전가능 장소를 한정하는 등 조건을 달아 고령자 운전면허를 운영한다. 호주는 운전가능 장소를 제한하고 특정 날씨엔 운전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도 나서고 있다.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지난해 7월부터 부산시는 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고령운전자에게 교통비 10만원이 든 선불교통카드를 제공하고 있고, 지정된 2200여개 상업시설에서 이들에게 5~50%의 할인 혜택도 주도록 했다.

경기도는 1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있으며, 경북 포항시는 지난 4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전남도 역시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나 지역 상품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정책은 실효성을 거두면서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한 고령운전자는 2017년 3681명에서 지난 한 해 동안 1만1916명으로 크게 늘었다. 2019년 상반기에만 2만3194명의 고령운전자가 면허증을 반납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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