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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후배와 제자가 소환한 신경희 작고 2주기 추모전
학고재 ‘메모리-땅따먹기’전…10일까지
신경희, 화해할 수 없는 난제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Irreconcilable Difficulties - Leonardo da Vinci, 1999, 혼합매체 Mixed media, 36.3X57.3cm [학고재갤러리 제공]

90년대 ‘스타 작가’ 신경희(1964~2017)가 돌아왔다.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그를 선후배와 제자가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전시장에 소환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는 고(故)신경희 개인전 ‘메모리-땅따먹기’를 개최한다. 작고 2주기를 기리는 전시이자, 잊힌 그의 작품을 소환해 재조명하는 자리다.

서울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신경희 작가는 필라델피아 템플대 타일러 스쿨 오브 아트에서 판화전공으로 석사를 마쳤다. 1989년 제 3갤러리에서 판화로 첫 개인전을 마친 뒤, 1994년 화랑미술제에 참가 ‘차세대 베스트 10’에 선정됐다. 그해 가을엔 39세 이하 작가에게 수여하는 공산미술제 대상을 수상했고, 같은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모색’전에 초대됐다. 1997년엔 35세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석남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판화 기법을 바탕으로 사진, 퀼트,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만든게 30대의 신경희 였다. 한국 화단은 열광적으로 반응했고, 거는 기대도 그만큼 컸다. 그러나 2006년 겨울 불행이 찾아왔다. “결국 건강에 이상이 왔다. 척추 이상으로 오른쪽 다리와 손이 저리고 힘이 없어졌다. (중략) 지난 겨울 나는 종종 울면서 걸었다. 그 겨울의 들판은 분명 나를 기억해 줄 것이다. 견디는 일조차 쉽지 않았던 그런 나를.” 작가는 2007년 2월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남겼다.

결국 2007 미국 펜실베니아 랑만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끝으로 활동을 멈췄다. 10년의 투병 후 2017년 7월 2일에 세상을 떠났다.

전시엔 그의 대표작인 ‘화해할 수 없는 난제들’시리즈를 비롯 90년대 작업들과 2003년 이후 미발표 유작 40여점이 나왔다. 흰 종이에 낙하산 모양의 이미지를 철사로 바느질 하듯 종이에 그려낸 ‘화해할 수 없는 난제들-기억’은 작품을 ‘만들었던’ 작가의 정성이 읽힌다. ‘화해할 수 없는 난제들-방울방울’에서는 색칠한 여러겹의 비닐을 꿰매고 그 위에 왁스에 담궜다 뺀 솜방울을 달았다. 재료와 기법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했던 그의 열정이 고스란하다. 투병중에 탄생한 ‘정원 도시’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꽃이나 식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패턴화한 뒤, 이를 끊임 없이 반복해 화면을 채워나간다. ‘견디는 일 조차 쉽지 않았을’ 그가 얼마나 그린다는 행위와 결과를 놓고 얼마나 고군분투했을지 짐작케 한다.

이번 전시는 우정우 학고재 실장과 김복기 아트인컬쳐 대표가 기획했다. 신경희 작가의 대학 선배이자 오랜 벗인 김 대표는 “1990년대 구상과 추상으로 나뉘었던 한국 미술이 혼성화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신경희는 이를 앞장서서 이끌었다”고 평했다.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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