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서도 감정가보다 높게 응찰하는 사람 늘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서부지법 경매5계. 감정가 5억7000만원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동성원 아파트 전용면적 85㎡가 경매에 나왔다. 지난 6월 응찰자가 한명도 없어 유찰된 후, 감정가의 80%인 4억56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시작됐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응찰자가 22명이나 몰렸다. 낙찰자는 6억688만에 응찰한 권모 씨였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6.47%까지 치솟았다. 2위와 응찰가격은 688만원밖에 나지 않는 박빙의 승부였다.
요즘 서울 경매시장에 이런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직전 경매에서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던 아파트에 응찰자가 대거 몰려 낙찰가가 기존 최저가 보다 훨씬 높아지는 현상이다.
2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101.8%로 전달(95.7%)보다 6.1%포인트 올랐다. 주택시장 침체로 지난해 12월(96.2%) 100% 밑으로 떨어진 이후, 줄곧 90%대를 유지하다가 9개월 만에 다시 100%를 넘어선 것이다.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 100%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감정평가 업체에서 시세 등을 고려해 책정한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는 의미는 매매시장에서 집값 상승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응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낙찰가율이 올라간 것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경매를 진행한 관악구 봉천동 보라매삼성 전용면적 85㎡도 비슷한 사례다. 직전 경매에서 유찰된 이 아파트는 감정가 5억8500만원이지만, 감정가의 80%인 4억68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진행됐다. 응찰자가 10명이나 몰렸고, 6억7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당 평균 응찰자수도 1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8월 서울 아파트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10.5명으로 7월(11.4명)에 비하면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10명 이상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올 상반기(1월~6월)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건당 응찰자 수는 6.3명 수준에 불과하다.
지지옥션 장근석 팀장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활기를 띠면, 경매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로 경매시장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입찰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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