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신동준의 전술적 자산배분] 장단기 금리차 역전 배경과 전망
장기채 수요 대폭 증가 여파
헤지용 국채·달러 비중 유지해야

지난 8월 16일,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차가 장중이었지만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경기침체 확률을 계산할 때 주로 사용되는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역전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또 한번 큰 충격에 빠졌으며, “경기침체가 가까이 왔다”는 공포와 논쟁이 더욱 가열되는 중이다.

최근 논의되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 및 역전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준 (Fed) 정책의 영향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낮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금리인상의 결과로 나타나는 과잉긴축의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연준과 파월의장을 공격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형태는 경기호황 국면에서 인플레가 발생하고, 중앙은행은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한 결과 단기금리는 상승하고 장기금리는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 기대가 낮아지면서 나타난다. 그러나 현재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독특하게도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발생했다. 장단기 금리가 동시에 하락하지만 장기금리가 더 빠르게 하락하면서 나타났다.

둘째, 장기채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고령화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연금과 보험자산이 증가하면서 장기채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이며,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자국통화의 강세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로 된 미국의 장기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장기금리는 단기금리의 예측치와 기간프리미엄의 합으로 구성된다. 기간프리미엄은 만기가 긴 장기채권을 보유했을 때 요구되는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자 추가수익률의 개념이다. 연준이 막대한 2009년 3월 양적완화 (QE)를 시작하면서 장기금리를 구성하는 기간프리미엄은 오히려 현재 마이너스 값으로 떨어져버렸다. 연준과 주요 중앙은행들이 대규모로 미국 장기채권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국채를 구하기가 어려워 웃돈을 얹어주면서 사고 있다는 뜻이다.

양적완화 이후 장기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간프리미엄이 대폭 하락했고, 그 영향으로 미국 국채10년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제지표들에서는 경기침체 전에 나타나는 과잉투자, 부채, 재고, 소비, 대출 등 과열의 조짐을 찾아보기 어렵다. 트럼프와 금융시장의 강한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쉽사리 인하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중앙은행들의 합작품이다. 유로존과 일본 등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하는 등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전세계 금리가 대폭 낮아졌다. 전세계 국채지수는 미국과 유로존, 일본의 3대 국채시장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미국의 국채10년 금리는 1.56%이지만, 독일과 일본의 국채10년 금리는 각각 -0.69%, -0.23%이다. 스위스는 -1.04%로 이미 -1% 밑으로 내려갔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고금리 채권이 되어버린 미국 국채로 돈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의 적정한 펀더멘털보다 장기금리가 더 낮아지는 배경이다.

넷째,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연준의 정책 영향 때문이 아니라도 장단기 금리차 축소 및 역전은 앞으로 올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전형적인 신호란 것이다.

미숙한 연준과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조합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둔화 위험을 높이고 있다. 7월 FOMC는 그 위험을 임계점 부근으로 높여 놨다. 보험성 인하에서 금리인하의 조건은 경제지표의 둔화가 아니라, 침체를 위협하는 금융시장의 반응 또는 심리지표의 변화다. 연준과 파월은 점차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금리를 인하하면서 ‘지금은 내리지만 앞으로 웬만하면 더 내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 신호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자칫 여기서 남아있는 시장의 신뢰마저 잃는다면 결국 연준은 훨씬 더 많은 금리인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기침체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다소 비싸더라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헤지용 국채와 달러의 비중확대는 여전히 유지해야 한다. 만약 시장의 기대대로 대대적인 통화완화가 유발된다면 단기적으로 국채금리는 급락할 것이며, 반대로 연준이 이번에도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한다면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