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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사 내외장재 고급화 전략도 ‘된서리’
건축비 통제·분담금 절감 분위기
프리미엄 브랜드 존립 기반 흔들
조합원-일반분양 품질격차 우려
내집만 챙기는 트렌드 확산될수도
하이엔드 브랜드 발표시기 저울질
서울 서초구 서초푸르지오써밋 내부 운동시설. [대우건설 자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건설사의 고급화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간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내·외장재를 최고급으로 한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가 속속 나타났지만, 앞으로는 건축비 통제와 조합의 분담금 절감 분위기 속에서 브랜드에 걸맞은 수준의 시공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됐다. 분양가 자체를 높게 받을 수 없는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의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걸고 착공하게 될 아파트의 품질수준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업계의 숙제가 됐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기존보다 고급 이미지를 강화해 특정 단지에만 허용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THE H), 대림산업의 ‘아크로’,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써밋’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자신이 사는 곳이 특별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 건설사들은 특히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수주전략으로 이를 택해왔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면 마감재, 외관, 조경, 설계, 커뮤니티 시설 등부터 일반 단지와 차별화된다.

그간 강남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일반 분양가를 최대한 높여 아파트 고급화를 추진했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분양가상한제는 감정평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택지비, 정부가 연 2회 고시하는 표준건축비, 건설사 이윤을 합한 금액을 분양가 상한선으로 정하는 제도다.

일단 수주 당시 하이엔드 브랜드를 약속했던 곳은 조합원 물량과 일반분양 물량의 품질 격차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턱없이 낮아지는데 고급 자재를 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그렇지만 조합들도 강남 한복판에 짓는 아파트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떼고 그냥 짓자고 하긴 어려워 조합원분에 대한 마감재 수준을 조정하거나 일반분양분에 대한 사양을 한참 낮추는 식으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초 강남권에는 아이스링크장, 공연장이 들어서는 단지도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장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설을 지으면 결국 조합원이 비용을 내야 한다”며 “당분간은 커뮤니티 시설이나 공용부분보다는 ‘자기 집’만 생각하는 트렌드가 확산할 수 있다”고 봤다.

향후 건설사가 수주하는 물량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붙일 수 있는 단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체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려고 했던 지역은 주로 분양가상한제 규제 대상지역인 투기과열지구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브랜드 론칭 당시 3.3㎡당 분양가 3500만원 이상, 테라스하우스나 에너지절감시스템, 슬라브 두께 등 3가지 이상 특화를 ‘디에이치’ 적용 기준으로 삼았다. 대림산업, 대우건설도 외부마감이나 인테리어 등 자체 품질기준을 마련해, 분양가, 지역 등을 따져 고급 브랜드를 적용하려고 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결국 품질은 가격에 연동된다”며 “수주 단지가 자체 품질기준을 맞출 수 있는 공사비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하이엔드 브랜드도 적용되기 어렵다”고 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발표시기를 신중하게 저울질하겠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서 개발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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