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야 나온 ‘정부 로드맵’은 지원 외면
日은 ICT건설 대거 지원…경쟁력 저하 우려
정부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후속 조치로 100개 핵심 전략 품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액공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고 나섰지만, 정작 6년 전에 높은 대일(對日) 의존도를 극복하고 스마트건설 주요 부품을 국산화한 기업들에 대한 보상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이미 3년 전부터 국가적으로 ICT건설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고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으로 기업들을 독려하는 사이, 스마트건설 시장에서 한국이 일본에 크게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 중장비 기업들은 2013년부터 ‘머신 가이던스’ 국산화에 돌입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그 전까지는 전적으로 일본의 코마츠, 톱콘 같은 기업들에 의존해 왔다.
머신 가이던스는 중장비 기기에 각종 센서와 제어기, 위성항법시스템(GPS) 등을 탑재해 기기의 정밀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도면에 따라 장비가 정확히 작업했는지 사람이 직접 현장에 들어가 확인해야 했지만 머신 가이던스 도입으로 안전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들어서는 5G 통신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와 결합해 머신 가이던스가 각종 건설 현장 데이터를 수집 및 처리함으로써 스마트건설 시장에서 사물인터넷(IoT) 핵심 부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이처럼 높은 부가가치 효과를 예상할 수 있는 부품이지만 이런 머신 가이던스를 국산화한 기업들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보상이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간에서 스마트건설 시장에 대비해 부품 국산화를 실현한 지 5년이 지나서야 정부 육성책인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은 지난해 10월말 나왔다.이 로드맵에도 기업들이 절실히 요구해 온 건설 중장비 보조금이나 법인세 등 세제 혜택은 빠져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스마트건설 기술로 공사비를 절감했을 때 이 중 70%를 돌려주고, R&D 비용을 보조하거나 창업을 지원하는 혜택은 담겨 있다”면서도 “로드맵에는 세제 혜택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건설 인력 감소에 대비해 2016년부터 ICT건설을 지향하는 ‘i-construction’을 추진했다.
이 정책에 기업들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일본은 IoT·빅데이터·AI·로봇을 활용한 혁신적 설비 보조금으로 최대 3000만엔을 제시했다.
생산성을 높여줄 설비 투자 촉진을 위해 특별상각 50% 혹은 세액공제 4%가 지원됐고, 중소기업 경영 강화와 투자 촉진을 위해 고정자산세와 법인세 인하 등도 제공됐다. 이처럼 크게 대비되는 양국 지원 정책에 대해 국내 건설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건설 비용 절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비용 절감이라는 의무적인 전제가 붙고 절감된 비용에 따라 혜택도 미미할 수 있다”며 “동종 업계서 이 같은 정책에 도움을 얻었다는 사례는 아직 보지 못했다. 세제 혜택 같은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