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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美와 한 배 타고 싶지 않다’…호르무즈 해협 긴장 속 ‘복잡해진 셈법’
독일, 프랑스 등 미국의 공동 호위 작전 제안에 미온적 반응
대이란 정책 놓고 다른 노선…美의 ‘최대 압박’ 동참 시각 부담
영국 해병대가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EU 제재를 위반, 석유를 시리아에 반입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란의 초대형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붙잡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주요 석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국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공동 호위 작전’을 놓고 유럽 국가 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란의 유조선 나포로 중동 위기 상황에 최전선에 서게된 영국과 대이란 강경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이 공동 호위 작전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와 독일 등은 미국의 노선에 합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피력하며 작전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독일은 협력 요청에 거절 의사를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정부는 미국이 요청한 해상 방위 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국가들이 미국과 별개로 영국 주도의 호위 작전에 가담할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은 영국 국적의 유조선을 납치한 후에도 미국과는 별개로 유럽 호위대를 구성하자는 영국의 제안 조차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면서 “이란이 더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움직일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유럽이 호르무즈 해협의 호위 작전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거론된다. 그 중에서도 대이란 정책에 있어 미국과 다른 노선을 취해 온 유럽이 미국과 사실상의 공동 행동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유럽과 미국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유럽은 오늘날 이란발(發) 핵위기 역시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부활시킨 결과로 보고 있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에 참여하는 것이 자칫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에 동의하는 제스쳐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유럽이 이란과의 핵협정 유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행동에 동참하는 것은 ‘옵션 외’라는 분석이다.

로버트 말리 국제위기그룹(ICG) 회장은 “평소에는 영국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미국과 너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거리를 두기 위한 유럽국가들이 노력이 중동 위기의 중심에 있는 이란에게 어떻게 비칠 지는 또 다른 문제다. 말리 회장은 “유럽이 어떤 노력을 하든지 간에 이란에게는 한 가지 움직임에 속한 두 가지 파편처럼 보일 것”이라면서 “때문에 유럽은 자신들 스스로가 이 위기를 도발했다고 비판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에서 자신들을 분리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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