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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의 작가들이 소환한 정조의 꿈 미완의 이상향 ‘수원화성’을 비추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셩: 판타스틱시티’전
김도희 작가의 ‘만인융릉’ 뒤로 최선 작가의 ‘나비’가 자리잡았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셩:판타스틱시티’ 전시전경.[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수 백의 숨결이 나비떼가 되어 날아들었다. 들숨과 날숨이 인간의 생명을 뜻한다면, 나비처럼 박제된 숨결은 인간 영혼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맞은 편 바닥엔 수 백의 흙무덤이 자리잡았다. 전국에서 모인 흙으로 이루어진 낮은 무덤들이다. 이생을 마친 육신들이 쉬는 곳, 죽음을 품어 생명을 노래하는 만인의 능(만인융릉)이다.

육신과 영혼을 매개하는 건 침대보로 만들어진 수원의 산이다. 도시는 산자들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죽은 자의 노력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김도희 작가의 ‘만인융릉’과 최선의 ‘나비’가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조선의 제 22대 왕인 ‘정조’를 가운데 두고 어우러진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하반기 기획전 ‘셩: 판타스틱 시티’의 한 전시장 풍경이다.

조선의 왕인 정조를 현대미술작가들이 불러냈다. 그의 업적 중 최고로 꼽히는 ‘수원화성’이 그 주제다. 경기도 수원미미술관사업소(소장 김찬동)는 2019 수원화성 프로젝트 ‘셩:판타스틱 시티’를 오는 11월 3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셩’은 수원화성을 뜻하는 ‘성(城)’과 정조의 이름 ‘셩/성’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김경태, 김도희, 김성배, 나현 민정기, 박근용, 서용선, 안상수, 이이남, 최선 등 10명의 작가가 18세기 조선의 상업적 번영과 급속한 사회변화, 기술발달을 보여주는 상징적 건축물인 수원화성과 이를 지휘한 정조의 혁신성을 동시대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수원화성의 출발은 뒤주에 갇혀 비극적으로 죽었던 사도세자다. 정조는 죽어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아버지의 릉을 어머니의 릉과 합장하며 ‘융릉’으로 칭하고, 수원으로 옮겼다. 수원은 아버지의 무덤과 함께 태어난 신도시인 셈이다. 정조는 이곳에서 새로운 국가의 꿈을 키웠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생명을 키우는 일견 이율배반적인 바탕에서 출발한 이 도시에서 정조는 누구나 부유한 사회를 일구려 했다.

전시는 정조의 실존적 삶과 수원화성에 담긴 이념을 살펴보는 1부(현세), 정조의 죽음 이후 영혼의 공간인 2부, 정조의 이상향과 지향점을 지금의 시간으로 보는 3부(미래)로 구성됐다. 하이라이트는 정조의 죽음 이후를 다루는 2부다. 아버지의 죽음이 트라우마로 남았을 정조, 그의 죽음으로 미완된 이상향을 슬픔이나 좌절로 흐르지 않고 조용히 위로한다.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은 “정조의 혁신성과, 그것의 실체인 수원화성이 어떻게 현재를 위한 사유와 미래를 위한 기대감으로 바뀌는지 함께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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