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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전쟁 회고록(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김영사)=‘사피엔스’‘호모 데우스’‘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등 인류3부작의 지적 시원이랄 수 있는 하라리의 옥스퍼드대 박사학위 논문. 1450년에서 1600년 사이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의 회고록을 분석한 책은 17세기 중앙집권적 근대국가가 등장하기 전, 역사와 개인의 긴장관계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갔는지 살핀다. 전쟁터의 무용담을 주로 기록한 글들은 사실을 건조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하라리는 이를 이들의 명예와 결부시킨다. 군인들은 구체적인 행동을 명예의 준거로 삼았고, 전쟁은 추상적인 투쟁이라기보다 실체가 있는 욕망과 명예를 위해 벌이는 한판 승부였다는 것이다. 명예의 동등함 원칙에 지위고하는 없었다. 그들에게 기억할 만한 역사는 전쟁에서 세운 영웅적인 행위, 무훈이었다. 르네상스 회고록이 명예로운 일화 중심으로 건조하게 나열된 이유다. 이들은 역사와 개인사를 동일시했다. 하라리는 현재 역사는 개인사가 역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본다. 중세전문가인 박용진 서울대교수가 해제를 통해 하라리의 역사와 개인사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풀었다.

▶택스 앤 스펜드(몰리 미셀모어 지음, 강병익 옮김, 페이퍼로드)=감세와 증세는 21세기 복지국가의 화두다. 우리에게 세금은 꽤 예민하다. 무상급식, 일자리, 복지에 세금논쟁은 빠지지 않는다. 납세자들은 ‘왜 부자까지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이는가하면 ‘왜 세금도 내지 않는 이들에게 세금의 혜택을 주냐’고 따지고, 부정수급자, 탈세자에 대한 폭로가 연일 이어진다. 조세와 복지는 흔히 보수 대 진보의 대결로 여겨지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런 구도는 맞지 않다. 미국 정치사를 돌아보면 복지에 대한 환상과 조세에 대한 저항은 보다 복잡한 요인에 의해 생겼고, 이를 자유주의 진영과 보수주의 진영 모두가 선거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진보인 민주당의 경우 낮은 과세율과 경제성장을 내세웠고, 정부재정도 빈곤층이 아닌 중간계급의 생계 안정과 복지에 더 기여했지만 결국 중간계급의 조세저항을 불러왔다.이는 납세자와 복지 수혜자를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감세정치의 정당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도시지역의 조세저항운동을 세밀하게 살펴, 복지갈등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적게 내고 많은 혜택을 받고자 하는 미국의 조세와 복지관은 우리의 모습과 닮은 데가 있다.

▶시절일기(김연수 지음, 레제)=“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내게 혹은 이 세계에 일어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뭔가를 끄적이는 일이었다.” 김연수는 지난 10년의 개인일기이자 기록으로서의 ‘시절일기’에서 글쓰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세상의 불가해에 다가가는 행위로서의 글쓰기다. 그 10년안에 용산참사와 세월호의 침몰, 문화계 블랙리스트, 2016년의 촛불이 이어졌다. 이 사건들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겪고 견뎌낸 그의 안에 일었던 질문과 고민, 깊어진 시선이 들어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속에서 과연 제 삶의 시간조차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작가는 끊임없이 묻는다. 그가 읽은 책들에서도 질문은 이어진다. 책의 한 귀절, 작품에서 미끄러지듯 그 자신의 경험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을 통해, 그 지체되는 시간의 기록을 통해 그는 삶의 비의를 엿보려한다. 책의 마지막 챕터인 ‘ps 사랑의 단상, 2014년’은 단편소설로 그것이 끝난 뒤에야 가능한 사랑.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겨우 깨닫게 되는 것은 언제나 그 후의 일이라는 깨달음을 얘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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