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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경 갈등 번진 ‘피의사실 공표’] “수사 부적절” vs “관행 개선”…법조계도 갑론을박
양 기관 상대 겨냥 수사남발 우려
‘부당 관행 개선’ 지적은 많아
피의사실공표죄 사실상 사문화


검찰이 사실상 사문화됐던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경찰을 수사하기로 하면서 양 기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수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와 별개로 무분별한 ‘피의자 망신주기’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남부지검 소속 검사들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 1계에서 배당받아 수사중이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2일 울산지검이 수사 중인 경찰의 피의사실공표 혐의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하라고 결정했다.

법조계 반응은 엇갈렸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원칙상 수사가 이뤄져야겠지만, 검·경이 서로를 겨냥한 수사가 남발할 수 있다”며 “그간 피의사실 공표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이뤄졌고 검·경이 내규를 마련해 예외기준을 마련했는데, 과연 그 선을 넘은 사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한규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는 형법상 존재하는 조항이고,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며 “이번 수사를 계기로 공공연했던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 관행이 자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 역시 “그간 검경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수사대상자 압박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 게 사실”이라며 “과거의 부적절한 관행과 완전히 단절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형법상 수사기관이 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개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하지만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접수된 347건 중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피의사실공표 관련 조항이 사문화된 데에는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연쇄살인이나 특수범죄 등 국민적 분노를 초래한 범죄도 기소 이전에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법 전문가인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문제는 그동안 검·경이 피의사실공표의 예외조치로서 만들어놓은 내규도 자의적으로 적용해왔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수사대상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선에서 수사기관의 새로운 공보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공보준칙이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에서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의 경우 ‘머그샷(범죄인 식별용 사진)’을 공개해 입건단계에서부터 범죄인 정보를 공개한다. 다만 미국은 각 주에서 알 권리와 개인정보 보호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법원과 검찰, 변호사 협회와 기자단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가이드라인을 사안마다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피의사실과 관련한 직무상 비밀유지 의무를 판·검사와 변호사, 경찰, 검찰·법원 직원, 감정인에게 적용하고 있다. 위반시 1년 이하의 구금, 1만 5000 유로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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