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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에…아베에…다자주의 위기 속 브레턴우즈 75주년…“새 국제협력체제 필요”
보호무역주의·국수주의 대두…경제 안정·자유무역 훼손
트럼프 취임 후 국가 간 분열 심화…국제기구 위상 약화
불평등·생산성 개선 위해 ‘국제 협력’ 필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과 빌로이 드 골로 프랑스은행 총재 등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브레턴우즈: 75년 후’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우리는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현명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국제 협력을 통해, 즉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한 통합된 노력을 통한 길임을 알게 됐다.”

1944년 7월 22일 44개 연합국 대표들이 미국 뉴햄프셔 주 브레턴우즈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전후의 혼란 속에서 국제 통화 질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협정을 맺었고, 헨리 모겐소 주니어 당시 미국 재무장관은 브레턴우즈 회의 폐회사에서 위와 같은 결론을 밝혔다.

그러나 7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입장은 정반대로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우리는 우리의 제품을 만들고, 우리의 기업을 훔치고,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다른 나라들의 파괴로부터 국경을 보호해야 한다. 보호는 위대한 번영과 국력으로 인도할 것이다”라고 말했고, ‘보호무역주의’를 실행하고 있다.

‘브레턴우즈 협정’은 오늘날 세계 경제 질서의 상당 부분을 뒷받침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세계 주요국들은 미국 달러화를 축으로 한 고정환율제를 통해 환율 안정을 도모하고, 자유 무역과 경제 성장을 추구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각국에 필요한 외화를 공급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후진국 개발을 위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창설했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다른 국가들과 IMF·세계은행(WB)·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에 상호 협력 및 계약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체제 하에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평등은 크게 감소했다. 런던정경대·브루킹스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1950년 이래 인구가 약 3배로 증가하는 동안 1인당 소득은 4배 증가했다. 1950년에서 2017년 사이 세계 무역량은 39배나 불어났다.

세계 인구 중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사는 극빈층의 비율은 1950년 75%에서 2015년 10%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따른 시대를 경제 성과로 판단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승리라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그러나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부 국가들이 금태환을 요구하자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달러화 금태환 정지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주요 선진국의 통화 제도가 변동환율제로 바뀌면서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치솟았고 1980년대 세계 경제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했다.

금융 자유화는 부채 충격을 가져왔고, 결국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1980년대 달러화가 다시 강해지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되살아나고 세계 무역은 축소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비차별 원칙에 기반한 세계 경제 시스템은 차별적 무역협정으로 변모해갔다.

아시아의 신흥국, 특히 중국이 고속 성장하면서 세계 최강대국을 다투는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자 미국은 경계에 나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 그는 중국을 비롯해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 환율 문제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상계관세 부과에 중국이 WTO 제소로 맞선 것도 분열된 세계 경제를 보여주는 예다. WTO는 최근 7년 만에 중국의 손을 들어줬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WTO 탈퇴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일본 역시 한국에 수출제한 조치를 강행하며 무역 갈등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WTO 이사회에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보호주의와 국수주의로 브레턴우즈 체제는 크게 훼손됐고 지금도 위협받고 있다.

WTO 같은 국제기구는 강대국들의 강짜에 힘을 잃고 ‘식물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 노력 중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가 간 금융 흐름도 감소했다. 세계의 불평등은 심화하고 생산성은 둔화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브레턴우즈의 정신, ‘세계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FT는 진단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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