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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도 컬렉터도…‘밀레니얼’로 물드는 캔버스
만40세 이하 작가들 시장 속속 진출
에이버리 싱어·니콜라스 파티 등
경매예상가 몇배 호가…대세로 부상

밀레니얼 컬렉터, 전체 4분의 1 차지
예술품, 富축적 자산으로 인식 변화
90% 이상, 동시대 작가 작품들 선호


미술계에도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은 물론 콜렉터까지 가세했다. IT, 미(me)제
너레이션, 워라벨, 소확행 등 주요 키워드로 설명되는 이들이 기존 미술계에 가져올 변화는 어떤 것일까. 사진은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2019 특별 섹션인 언리미티드의 전시전경. 우고 론디로네의 ‘더 썬’(The Sun,
2018). [헤럴드DB]
 
미술계에 ‘그들’이 몰려오고 있다. 바로 ‘인종이 다르다’는 평가까지 받는 밀레니얼 세대다. 정의하는 곳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1980~2000년 사이 태어난 이들로 만 40세 이하의 세대를 칭한다. 이들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IT 등 정보통신 기술에 능통’, ‘미(me)제너레이션’, ‘워라밸’, ‘소확행’ 등이 있다.

몇 해 전부터 이 시대의 작가들이 하나 둘 주류 미술시장에 소개되며 변화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밀레니얼 세대 컬렉터들이 전체 콜렉터의 4분의 1을 넘어서며 주요 그룹으로 등극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갤러리에선 ‘밀레니얼 작가’라는 분류가 이제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이들의 작품은 이미 2차유통시장(경매)에서 ‘핫’하다. 글로벌미술전문매체인 아트넷이 운영하는 아트넷 애널리틱스(Artnet Analytics)의 최근 보고서 ‘밀레니얼 아티스트(Millennial Artists)’는 시장의 주요 성장은 블루칩 작가들이 이끌고 있지만, 2차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예외적인 젊은 작가들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에이버리 싱어(Avery Singer), 프랑스 신예작가 줄리 커티스(Julie Curtiss), 스위스 미디어 아티스트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등 3명이 그 대상이다. 모두 경매 예상가의 몇 배를 가볍게 뛰어넘은 작가들이다.

일시적인 트렌드일 수도 있고, 작가들의 변화일 수도 있다. 다양한 매체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IT기술에 친숙한 이들이 바라보는 시대는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밀레니얼 작가인 휴 스콧 더글라스를 한국에 소개한 갤러리 바톤은 이 시대 작가들의 특징에 대해 “광범위한 기법과 매체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상상력의 한계가 없다.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 일반적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확하면서도 비관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했다.

Avery Singer, Happening, 100“ x 120”, acrylic on canvas [작가공식 홈페이지 제공]

작가들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컬렉터도 변한다. 세계미술시장 특화 보고서 사이트인 ‘아트마켓그루’가 2018년 발간한 ‘밀레니얼 세대가 미술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How millennials are changing the art world)’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컬렉터는 전체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여전히 컬렉터 그룹의 다수는 40~69세의 중년층이 포진해 있지만 40세 이하의 컬렉터들의 숫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보험회사인 악사(AXA)에서는 15~25%가 밀레니얼 세대 컬렉터로 봤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2018년 부와 가치에 관한 연구(U.S. Trust Insights on Wealth and Worth)에서는 27%를 밀레니얼로 분류했다.

밀레니얼 컬렉터들은 예술에 대한 개인적 흥미, 미학적 가치,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술품을 수집한다.

그러나 이들이 미술작품을 단순히 예술적 가치만으로 대하는 건 아니다. 33%의 밀레니얼 컬렉터들은 ‘예술은 부(富)를 축적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자산’으로 봤다. 평균적으로 16%의 컬렉터가 이같은 말에 동의한데 비한다면 미술품을 투자자산으로 대한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밀레니얼 컬렉터의 85%가 작품을 사서 1년 후엔 판매하고 싶다고 밝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X세대(1965~1979년생)는 41%, 베이비부머세대(1944~1964년생)는 24%만이 1년 보유 후 판매 의사를 밝혔다.


또한 인터넷 등 IT 정보통신 기술에 익숙한 세대 답게 온라인으로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컬렉터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에서 작품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19%에 불과하다. SNS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서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거나, 작품을 접하는 것도 다반사다.

물론 이들이 구매하는 작품가격은 주류 컬렉터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다. 5000달러(한화 약 550만원)이하에서 첫 구매가 이루어진다. 슈퍼컬렉터인 실바인 레비도 젊은 컬렉터들은 대부분 1만달러(1100만원)예산에서 작품을 찾는다고 했다. 예산의 한계 때문인지 밀레니얼 컬렉터의 90%이상이 컨템포러리 작품을 선호하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젊은 컬렉터층이 부상하고 있다. 밀레니얼 컬렉터라고 세대 구분은 어렵지만 예술을 즐기면서 컬렉션에도 나서는 이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김수현 갤러리수 대표는 “1000만원 내외의 작품을 컬렉션하는 구매자층이 생겨났다. 아트페어에 가보면 특히 더 느낀다. 주류 컬렉터에 비하면 그 규모가 현저히 작지만, 유의미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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