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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이용범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농작업 사고율 줄어야 진짜 선진국
한참 오래 전 귀남이와 후남이가 나오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귀남이는 아들, 후남이는 딸. 아들을 귀하게 여기는 억척 엄마는 아들이 시골이 아닌 도시로 나가 성공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런 귀남 엄마의 바람은 관련 통계를 보면 설득력을 가진다.

국제노동기구(ILO)나 미 노동통계국(BLS)은 농업을 광업, 건설업과 함께 3대 위험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업종별 산업재해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농업근로자의 재해율은 0.7%로 전체 산업의 0.5%보다 높다. 같은 해 안전보험 사고율도 농업인은 5.5%로 전체 근로자 평균인 0.5%의 11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통사고 치사율도 농기계가 일반 자동차 사고에 비해 6∼7배 높고, 노인 자살 역시 농촌이 도시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인을 위한 안전장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일반 산업재해를 관리하는 근로감독관은 올해 2100명에 달할 예정이지만 농업인 산업재해를 관리하는 인력은 전무하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인 산재를 막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농작업 재해 현황과 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목표는 농작업 사고율을 2023년까지 지금의 절반 수준인 2.5%까지 끌어내리는 것이다. 지난 2016년에는 ‘농업인안전보건팀’을 신설해 역량강화에도 나섰다. 또한 ‘농어업인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 예방법’ 개정을 통해 산재예방사업, 건강위해요소 측정, 개선, 교육에 필요한 전문 인력 활용 등을 명시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2017년에는 정부에서 ‘농작업안전보건기사’ 자격증을 신설했다. 농업분야의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원인이나 환경이 여느 산업재해와는 다르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의 등장은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하다. 이제 전문가가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세밀하게 챙기는 시대가 올 것이다. 많은 인재가 자격증을 취득해 그 날이 더 빨리 오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선진국들만 속해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6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국민소득 수준도 일인당 3만 달러를 넘어섰으니 부자 나라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국민 의식도 성숙해져 이제 안전, 복지, 인권과 같은 사람 중심의 가치가 무엇보다 앞선다. 그러나 농업만큼은 그 속도가 다른 분야보다 조금 늦은 게 아닌가 싶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 경영주 중 40세 미만은 0.7%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가 농업인의 안전을 외면한다면 젊은 농업인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스마트팜이다, 공익적 가치다 하여 연일 농업이 미래성장 원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요즘, 농업을 받치고 있는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이것이 진정한 농업선진국의 자세이며, 우리 농촌과 농업을 살리는 길일 것이다.

이용범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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