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김에 따라 인상률 들쑥날쑥…독립성 확보 계기 삼아야
[헤럴드경제=배문숙·정경수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8600원대까지 오른 가운데 이제는 우리 경제에 부족한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5일 노동·경제 전문가들에게 향후 경제·노동정책의 방향을 물어본 결과 더 이상 최저임금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실효성이 결여된 정책적 기조에 집착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노동·자본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데 매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주를 이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선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임금 인상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보긴 어렵다. 지원하고 도와주고 싶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해 신경을 쓰고, 성장 정책을 회복해 기업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경제 구조를 바꾸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특히규제 개혁, 산업 개편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산업을 확보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비용 관련 충격을 완화해 성장세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최저임금에 대한 집착을 덜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현 최저임금을 '농구공'에 비유했다. 권 교수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2.87%에 그친 데 대해 "과거엔 야구공에 불과했던 최저임금이 이젠 농구공만큼 커졌다"며 "덩어리가 커졌기 때문에 현 2~3% 인상률이 과거 7~8%보다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3년 평균 인상률이 9.9%라는 점도 염두에 달라"고 당부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측 안에 투표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만큼 정부가 최저임금 관련한 소모적인 분쟁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편 정부가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정책을 추구했다는 의미"라며 "최저임금 하나 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선 안된다"며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아야 할 지표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이다. 하지만 실제 심의 과정에서 어떤 지표를 얼마나 고려했는지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알려지지 않는다.
권 교수는 "현 최저임금위의 가장 큰 약점은 노사 교섭과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파행이 용이한 구조라는 점"이라며 "객관적인 지표, 반영 비율 등을 미리 정해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을 계기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32.7% 상승했다. 2018년 16.4%, 2019년 10.9%, 2020년 2.87%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했다. 매년 11%가량 오른 셈이다.
경제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정치 입김에 따라 인상률이 들쑥날쑥했다. 결정 과정에서 당위성·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최저임금위의 공익위원이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며 "정부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 분석 자료를 모두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영계, 노동계는 각자가 유리한 방식으로 계산한 현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 영향력 등에 관한 분석자료를 내놨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권 국장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최저임금의 효과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제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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