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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관계 해법은…①] 윤상직 “우리 경제 생사 갈림길…냉철한 자기평가부터”
단순 소재 규제만으로 봐선 안돼
수출 의존도 높은 우리 경제 위험
수입선 대체·국산화엔 시일 소요
감정보다 실익찾는 외교해법 절실
日 관심 끌 새 협상안 등 지혜 필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함께 경제보복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물론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기에 외교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편으론 이 참에 대(對)일본 경쟁력 자체의 근원적 대책이 모색돼야 한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헤럴드경제는 여의도권의 외교통상전문가를 잇따라 만나 한일관계 해법을 찾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태화 기자/th5@]

“지금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경제산업성은 부품 소재로 우리 경제의 목을 졸라 원하는 것을 얻어보겠다는 심산입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잘못된 판단이지만, 이에 대처하는 우리도 지금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안에서도 대표적인 ‘통상 전문가’로 통한다. 장관 재직 당시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지휘하며 성공적인 타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던 윤 의원은 이번 일본의 수출 보복 대란에 대해 “단순한 소재 몇 개의 수입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난 10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윤 의원은 “에칭가스 등 소재 하나하나도 중요하지만,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며 “일본은 수출 의존도가 15% 정도지만, 우리는 40%에 달한다. 양국의 무역 분쟁이 확대되면 일본은 데미지를 입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우리 경제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일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일본이 무역 보복의 대상으로 첨단 소재를 고른 것을 두고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이 지금은 단 3개의 소재로 우리 목을 조르고 있지만, 소재 분야에서 우리를 괴롭힐 방법은 훨씬 많다”고 설명한 그는 “소재 분야는 기초 과학이 뒷받침돼 수십년 앞을 봐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몇 달 안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당장 소재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물질특허와 제품특허를 우회해야 하는 데다가 실제 공정에 투입하는 데에도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세계 어디에서도 소재와 부품을 모두 생산하는 나라는 없다. 일부에서 ‘국산화로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모든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도 없을 뿐더러 에칭가스만 하더라도 극독물로 규제가 심해 국내 생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정 테스트에만 수년이 걸리는 대체품 수입이나 3국을 통한 우회 수입도 단기 대책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당장 국내 에칭가스 재고가 2주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반도체 업계가 비상에 빠진 데 대해 윤 의원은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갈 때 경제보복 얘기도 함께 나왔었다”며 “정부가 예상되는 보복 조치에 대해 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만약 에칭가스가 수출 보복으로 큰 타격을 입었을 줄 미리 알았다면 정부가 미리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 반도체 업계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힘이 약한 지금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싸우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전략적으로 우리의 실익을 찾아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요청하는 식의 정치적 해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지난 정권들도 비슷한 고민을 해왔다”며 “지금 문 정권도 스스로 ‘사법 적폐’라고 규정했던 만큼 사법부 판단에 개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해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수출 제한 조치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 철회할 계획도 없다”며 강경 태도로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일본 측의 메시지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협상 아이템을 가져오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일본 측에 다시 협상안을 제시해야만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우리의 산업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내놨다. 윤 의원은 “이번 기회를 통해 소재 개발의 중요성을 기업과 정부가 알게 됐을 것”이라며 “당장 노벨상을 받은 일본 과학자는 21명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한 명도 없다. 이 같은 기술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국가적으로 기초과학에 적극 투자하고 소재 산업의 발전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유오상·홍태화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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