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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돋보인 '우먼 파워'…'다산왕'·'IMF의 록스타' 나란히 EU 행정·금융 수장에
EU 행정부 수반, 통화·금융정책 수장에 모두 여성 낙점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된 울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 그는 7명의 아이를 낳은 '다산의 여왕'이자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을 밀어붙여온 '저출산 파이터'로 이름이 나 있다. [EPA]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2일(현지시간) 임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통해 합의된 차기 EU 지도부 인선의 키워드는 단연 '여성'이다. EU의 살림을 책임질 행정 수반과 유로존 금융·통화정책을 이끌 수장에 모두 여성들이 낙점됐기 때문이다.

특히 EU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집행위원장의 탄생도 예고되고 있어 EU의 핵심 지도부 인선을 휩쓴 '우먼 파워'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은 분위기다.

이날 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추천하고,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프랑스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내정했다.

최근 EU 집행위원장과 ECB 총재에 거론된 후보들이 모두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EU의 합의 내용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당초에는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 1당 자리를 유지한 독일 출신의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 후보가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유력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일부 EU 정상들이 베버 대표를 강하게 반대하면서 , 한때 차기 집행위원장 인선은 베버 대표를 지원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간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해체 위기'까지 거론되는 유럽권의 통합을 다시금 도모할 적임자로서 EU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차기 집행위원장자리에 폰데어라이엔이 기권 한 명을 제외하고 거의 만장일치로 선출됐다"면서 "기권표를 던진 사람은 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보다 통합된 유럽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헝가리와 폴란드 등이 자국을 EU보다 우선순위로 두기를 원하는 가운데, EU 내에 유럽 통합에 대한 열의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7명의 자녀를 출산한 '다산의 여왕'이자 저출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저출산 파이터'로 이름이 나 있다. 국방장관이 되기 이전에 가족여성청년부 장관, 노동부 장관 등을 맡았으며, 장관 역임 기간동안 꾸준히 근무 환경 개선, 대기업 여성 비율 할당제, 남성 유급 육아 휴직 등 진보적 정책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2011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당시 IMF 총재의 성폭행 스캔들 이후 위기에 빠진 IMF를 넘겨받으며 '금융계의 록스타'로 부상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강인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IMF 최초의 연임 여성 총재란 역사를 남겼다. [로이터]

새 ECB 수장으로 내정된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미 매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유력 여성 리더 중 한 명이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챔피언이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도 이름난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5년 프랑스로 건너와 노동부, 여성가족청년부 장관 등을 역임한 후 2011년 IMF 총재가 됐다.

당시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출신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당시 총재가 미국 뉴욕에서 성폭행 미수, 불법 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후, IMF 수장 자리를 넘겨 받으며 추락한 '프랑스'의 명성을 다시금 쌓아올릴 적임자로 주목받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수장의 자리를 넘겨 받은 라가르드 총재에 대해 여론은 '금융계의 록스타'로 표현하기도 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당시 "라가르드는 빈틈없고 강하며, 인상적이다"라며 "전 세계 경제 무대에서 록스타 같은 대우를 받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서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스캔들을 둘러싼 프랑스와 미국 간의 갈등이 가시화되자, 해결사로서 라가르드 총재에 거는 기대감도 높았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프랑스와 미국의 깊은 골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우아한 은발의 라가르드'"라면서 그에게 '라메리칸(L'Américaine, 라가르드와 아메리칸의 합성어)'이란 별명을 붙였다.

적합한 리더십을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IMF 총재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고, 향후 유로존의 소통과 타협을 이끌어낼 탁월한 정치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IMF 사상 첫 연임 여성 총재라는 프로필이 그의 리더십을 방증한다.

NYT는 "그는 19개국의 통화 정책과 주요 경제 결정을 조율하는 데 필요한 협상력을 가진 강인하고 활기찬 협상가"라고 전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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