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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시들해지는 야구열기
프로야구 인기·열기가 시들하다. 왁자지껄하던 야구장이 몇몇 경기를 제외하곤 절간같이 조용하다. 페넌트 레이스가 절반쯤 지나면서 강팀 약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예년 같은 화끈함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쯤이면 응원하는 팀의 한 게임 한 게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요일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는데 요즈음 주중 경기는 한산하기만 하다.

800만 관중 동원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난 달 중순을 기준으로 관중 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9%쯤 줄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년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경고를 내고 보내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베이징 올림픽이나 WBC(world baseball classic)등에서 정상에 올랐던 프로야구는 2016년 8백만 관중을 동원하여 국민의 스포츠로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3년도 채 지나기 전에 하향 곡선으로 접어들었다.

관중은 변덕이 심해서 재미있으면 몰리고 그렇지 않으면 발길을 돌린다. 최근 축구경기장이 북적인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강인등이 활약한 19세미만 대표팀이 폴란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래 스포츠팬들이 축구장을 찾는다는 분석이다. 아무튼 스포츠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수준 높은 경기를 보기 위한 것이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기를 보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할 관중은 없을 것이다.

지난 달만해도 폭투로 경기를 내주거나(12일 롯데) 연속된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무안타 타자 일순’이라는 창피한 기록을 세운 곳이 프로야구 경기장이다(16일 엘지). 무사 만루나 1사 2루 등 점수를 낼 상황에서 헛치거나 삼진, 병살타로 게임 분위기를 허망하게 날려 보내는 장면도 심심치 않았다. 볼넷도 늘어나고(7% 증가) 잦은 비디오판독으로 경기 흐름이 끊어지는 등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동네야구보다 못한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들이 심심치 않게 사고를 쳐 프로야구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음주운전, 도박, 성매매 등 낯 뜨거운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가 하면 심판 매수, 불법적인 구단 운영 등 창피한 일들도 관중들이 등을 돌린 이유 중 하나다. 침체된 야구장은 야구인들 스스로가 만든 일이다. KBO의 클린 베이스볼은 어디로 갔으며 스피드 업 등 신나는 경기를 위한 조치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시즌 초 멋있는 경기를 펼치겠다는 각 구단의 다짐은 그대로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관중 수는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지만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메타임엔 틀림없다. 분명히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제도나 규정은 일단 뒤로 미루고 경기장의 감독, 선수들이 알차고 박진감있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혼신 힘을 쏟을 때라는 생각이다. 아직 시즌의 반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기회와 시간은 충분하다. 수준이 높고 재미있는 경기에 관중은 몰리게 마련이다. 스파이크 끈을 다시 동여 맬 때이다.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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