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는 대로 두고 수분·영양공급 신경써야
일러스트: 박지영/geeyoung@ |
#지난 주 내내 더운 날씨가 계속되자 대학생 이모(23)씨는 아이스커피, 냉면, 아이스크림, 물회 등 찬 음식을 거의 매일 먹었다. 그런데 주말 저녁부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더니 설사 증상이 나타났다. 뭐만 먹었다하면 화장실을 달려가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자 이씨는 아예 물조차 마시지 않았다. 먹는 것이 없으니 설사는 좀 잦아들었지만 몸에 힘이 빠지며 기운이 나지 않았다. 결국 병원을 찾은 이씨는 장염 진단을 받고 수액을 맞았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여름철 장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장염의 가장 흔한 증상이 복통과 설사인데 설사가 두려워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 특히 물조차 마시지 않게 되면 체내 수분이 부족해져 탈수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성 장염’ 가장 흔해
갑작스런 설사와 복통으로 병원을 찾아 장염을 진단 받아 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장염은 이처럼 매우 흔한 질환이다. 특히 찬 음식이나 가열하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는 여름철에 장염 환자가 많이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장염 환자의 40% 정도가 여름철인 6~8월에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장염은 매우 다양한 질환을 포함하여 일컫는 용어다. 의학적으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과 같은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장염,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과 같이 원인을 잘 모르는 만성 특발성 장염, 그밖에 방사선 장염, 허혈성 장염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중 우리가 가장 흔히 겪는 것이 감염성 장염(바이러스성 장염)이다.
감염성 장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 자체 또는 이러한 미생물이 만들어낸 독소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다. 미생물 또는 독소에 오염되어 있는 음식이나 식수를 섭취할 때 사람의 장 속으로 들어와 장염을 일으키게 된다. 가장 흔한 원인 미생물은 살모넬라(Salmonella), 쉬겔라(Shigella), 로타(Rota) 바이러스 등이며 흔한 원인 독소는 포도상구균 독소(Staphylococcal toxin)가 있다.
대부분 자연스럽게 호전
기저질환자나 노약자는 합병증 위험
감염성 장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과 설사다. 원인 미생물 종류, 오염된 음식이나 식수 섭취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까지는 다양하다. 변정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가장 빠른 경우에는 2-3시간 후에 증상이 나타나며 늦은 경우 원인 음식물의 섭취로부터 1주일 후에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혈변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질환이 없던 건강한 사람이었다면 특별한 치료가 없어도 대부분의 감염성 장염은 1-2주 이내에 호전된다. 장염이 의심된다고 굳이 대장내시경까지 시행할 필요는 없다. 다만 증상이 다소 심하다면 대변 검사로 원인 미생물을 확인하는 검사를 하면 된다. 만약 2-3주 이상 증상이 지속돼 다른 질환을 감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장내시경을 시행한다.
따라서 대증적 치료, 즉 복통이 있을 경우 통증을 경감시켜주는 약물 복용과 탈수가 되었을 때 충분한 수분 공급 등을 시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변 교수는 “하지만 심장, 신장, 간 질환 등과 같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 유아 및 노인들의 경우에는 잘 낫지 않고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항균제 처방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 무서워 물 안 마시면 ‘탈수’ 위험
한편 장염이 생겼을 때 음식을 먹으면 설사가 더 심해질 것으로 생각해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장염은 대부분 설사를 동반하므로 체내로부터 수분이 많이 소실된다. 따라서 수분이 공급되지 못할 경우 탈수에 빠질 수 있다. 변 교수는 “장염 발생시 충분한 수액의 공급은 가장 중요한 치료이며 대부분의 경우 물을 마시면 된다”며 “다양한 이온 음료가 많은데 이들은 물에 비해 흡수가 잘 되므로 장염으로 인한 설사가 있을 때 좋은 수액 제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인 설사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매우 성가신 증상이다. 이에 빨리 지사제를 통해 설사를 멈추려고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때로는 지사제 복용이 장염의 경과를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변 교수는 “특히 혈변이나 발열을 동반한 심한 장염의 경우에는 지사제를 사용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함부로 지사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설사는 나오게 두고 이로 인해 부족해진 수분이나 영양소 등을 공급하는 것이 옳은 치료”라고 말했다.
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개인위생에 신경써야 한다. 장염 환자는 주로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지만 월별로는 겨울철인 1월에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이는 겨울철에는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소홀한 것이 원인이다. 변 교수는 “장염은 오염된 음식이나 식수를 통해 발생하므로 예방을 위해 음식이나 식수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자주 손을 씻는 등 개인위생에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