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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따른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8학군 못사는 부모는 죄인인가요" 깊어지는 학부모 한숨(종합)
상산고 평가기준 둘러싼 형평성 논란 계속…학부모들 “누굴 위한 정책이냐”
민사고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통과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지난달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 도중 '전북교육은 죽었다'는 의미로 절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지역 자사고 다 없애면 어느 부모가 아이들 지방에서 키울까요"

부산 유일 자사고인 해운대고, 전북 상산고, 안산 동산고 등 자사고들의 줄이은 재지정 취소에 따른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라북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20일 각각 상산고와 동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부산시 교육청은 지난달 27일 시에서 유일한 해운대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관할 교육청의 자사고 취소 결정에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해당 고교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자사고 재지정 취소 논란을 지켜보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비판과 자조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교육부와 교육청을 향한 비판은 결국엔 '강남 8학군' 못 보내는 비수도권 학부모들은 죄인이라는 자조로 수렴한다.

학부모 오모(42·전북 무안) 씨는 "많이 멀지 않은 곳에 상산고가 있어서 중학생 아이가 외고 준비생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왔는데, 이번 일로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니 부모 노릇 못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지방에 있는 좋은 학교들을 다 일반고로 만들어버리면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 와서 살려고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5·서울 금천구) 시는 "좋은 학교 보낼 권리가 서울 엄마, 강남 엄마들에게만 있냐"며 "학군이 나쁜 동네서 사는 아이들은 멀지 않은 좋은 학교에 지원해볼 꿈도 꾸지말고, 주어진 교육환경에 순응해서 학교 다니란 얘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여론을 등에 업은 자사고들은 교육청의 재지정 취소에 계속해서 반발하고 있다.

상산고는 전라북도교육청의 재지정 취소 결정 직후 반발 성명을 내고 "전북교육청의 평가결과는 자사고 평가라는 원래 목적은 무시한 채, 정해진 결론인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기 위한 수순과 편법"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상산고는 2일 추가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전북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의 간사 입에서 "일반고 정상화를 위한 기관장(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의지"가 언급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당시 위원회는 자사고 지정 평가 기준점(80점)이 타 시·도보다 높은 이유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의 충실한 이행 때문"이라며 "70점은 일반고도 달성하기 용이한 점수로 지정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0점 이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전환할 경우 강남 집중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부작용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발표한 '자사고 정책의 쟁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일부가 주장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일관전환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고교 평준화 제도 하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면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 고교가 자사고 역할을 대신하게 될 우려가 있다"면서 "특정 지역이 자사고 역할을 대신하면 전체 일반고의 경쟁력 강화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런 식의 자사고의 몰락은 일반고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육청과 현장의 시각차 속에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둘러싼 논란은 해를 넘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말을 기준으로 전국에 운영 중인 자립형 사립고는 42개교다. 이중 올해 5년마다 실시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받는 학교는 총 24개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3개교로 가장 많지만, 경북 2개교, 부산·대구·울산·강원·경기·충남·전북·전남·인천각각 1개교로 지역 명문 자사고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내년에는 용인 지역 명문 자사고인 용인외대부속고등학교 등이 평가 대상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한편 강원도 내 유일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가 자사고 지위를 5년 더 연장하게 됐다.

강원도교육청은 1일 "자사고인 민사고에 대한 운영성과를 평가한 결과, 재지정 기준 점수(70점)을 웃돌아 자사고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강원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는 1일 민사고에 대한 평가결과를 심의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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