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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조학희 한국무역협회 국제사업본부장] 스웨덴에서 확인한 포용성장의 미래
스웨덴의 혼성 4인조 그룹 아바(ABBA)는 우리나라의 50대 이상 연령층에게 젊은 날의 향수를 자극할 만큼 널리 알려진 팝 뮤지션이다. 뮤지컬 ‘맘마미아’ 덕분에 아바의 음악은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꽤나 친숙하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기억마저 가물가물할 만큼 오래전에 본 스웨덴 영화도 있다. 현지의 목가적인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한 ‘언더 더 선’이 그것이다. 40세의 순진한 스웨덴 농부가 가정부를 구하는 신문광고를 내면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여성과 사랑을 찾아 나가는 로맨스 영화다. 아름답고 소박한 스웨덴의 시골풍경이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필자의 기억에 남아 있다.

지난달 중순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다녀왔다.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지 중 하나인 그곳에서 양국의 대표 경제인은 물론 우리 대통령과 스웨덴 국왕 및 총리가 참석하는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현지에 도착하는 순간, 영화 속에서처럼 목가적인 풍경은 볼 수 없더라도 스웨덴에 대해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수수께끼 하나 정도는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호기심이 들었다. 세계 각국의 부러움을 사는 훌륭한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수많은 글로벌 기업을 바탕으로 높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 나라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다. 더구나 오래전에 상속세를 폐지해 기업 상속이 자유롭다고 하니 궁금증이 더욱 컸다.

인구 1000만이 조금 넘는 스웨덴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기업이 즐비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볼보를 비롯해 이케아, H&M은 물론 지구촌 젊은이들이 즐겨 이용하는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스포티파이도 스웨덴 기업이다.

특히 발렌베리가(家)는 5대째 가문을 이어가며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직간접적으로 경영에도 참여하면서 기업승계의 세계적인 롤모델로 추앙받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통신회사 에릭슨, 자동차 기업 사브, ABB, 일렉트로룩스 등은 발렌베리 가문이 다수의 지분을 보유한 대표적인 기업인데 이런 곳이 30여개에 이른다. 발렌베리가가 실천하는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력은 스웨덴 기업문화의 근간이자 포용성장의 핵심 경쟁요소로 자리잡았다.

발렌베리 가문 회사 중 세계적인 제약업체로 일찍이 한국에도 진출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레이프 요한손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스웨덴 국왕과 총리, 250여명의 양국 경제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에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가 필자에게 “우리 회장이 중요한 발표를 할 것 같다”는 사실을 사전에 귀띔해주긴 했지만 요한손 회장의 입에서 “향후 5년간 한국에 6억3000만달러(약 7400억원)를 투자할 계획임을 여러분 앞에서 발표하게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그 자리에 모인 양국 경제인들은 잠시나마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북유럽 순방 경제인 행사의 최대 성과이자 정상외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이 투자계획은 우리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에 부응한 것으로, 한국에서의 연구ㆍ개발(R&D) 증진,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R&D 전문가 육성, 국내 환자의 신약 접근성 제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의미가 더욱 컸다.

일찌감치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기업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혁신과 포용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스웨덴은 많은 국가의 귀감이다.

산업발전 경험과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는 한국은 스웨덴과 지향점이 같다. 우리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계기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투자는 물론 양국 기업 간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진행돼 포용성장의 또 하나의 초석이 놓이길 바란다.

조학희 한국무역협회 국제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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