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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깜짝 제안? 며칠전부터 ‘큰 그림’ 그렸다
-트럼프 깜짝 제안 “오늘 아침 생각”
-더힐 “DMZ 북미회담 이미 언급”
-“백악관 비보도 요청에 보도유예”
-세계적 이목 끄는 ‘리얼리티쇼’ 성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북미정상 DMZ 회동’을 깜짝 제안했지만, 사실은 며칠 전부터 거대한 구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북미 DMZ 회동에 대해 “오늘 아침에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DMZ 회동 구상을 밝혔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이 매체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 사실을 밝힌 후에 이 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종종 당국의 입장을 고려해 보도시점을 유예하는데 이번 사안도 이런 유예의 일종이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방문할 곳 중에 하나”라며 DMZ 방문 계획을 알렸고, ‘김정은이 만나자고 제안한다면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다만 더 힐은 사전에 대통령의 일정이 공개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백악관이 비보도를 요청함에 따라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제안 등을 통해 ‘DMZ 회동’ 관련 내용이 공개된 이후에야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더 힐이 인터뷰 하루 뒤인 25일 공개한 동영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자신의 친서가 ‘생일축하’ 메시지에 대한 ‘감사편지’였다고 언급하는 내용 등만 담겼다. DMZ 방문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 기자들에게 이번 순방 기간 김 위원장을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른 방식으로 그와 이야기할지도 모른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리얼리티 TV쇼’ 진행을 맡은 바 있다. 성공적 방송 경험을 바탕으로 철통 보안을 유지하며 사전 준비한 사안을 최적의 시기에 즉흥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을 통해 이번 만남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사상 최대 ‘리얼리티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북미 비핵화 관련 실무협상의 미국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지난 27일 서울에 먼저 도착한 것도 북미 간 실무접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 언론도 트럼프가 북미 간 만남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을 거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아침에 그저 생각해본 것’이라고 했지만, 워싱턴과 서울 주변에서는 백악관이 지난 며칠 동안 (북미 정상 간) 만남을 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진 바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대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북측 주장대로 미측이 공식 제안은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북미 정상 간 우호적 분위기가 이미 형성돼 있어 이런 만남이 성사될 수 있는 최소한의 분위기는 이미 조성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와 관련, 김 위원장이 심중하게 생각해볼 것이라고 언급한 ‘흥미로운 내용’이 ‘DMZ 회동’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선희 제1부상이 “공식 제의를 받지 못했다”고 언급한 것은 최 제1부상이 이 친서를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이런 트윗 제안에 신속히 화답한 것은 ‘톱-다운’ 방식의 기존 북한 당국의 의사결정구조를 볼 때 김 위원장의 결심이 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전에도 DMZ 북미 회담을 구상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인 6.12 싱가포르 회담을 한달여 앞둔 지난해 4월 30일 트위터로 북미정상회담 후보지로 판문점을 전격 거론했다.

그러면서 판문점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 가능한 장소인지에 대해 공개적인 자문을 구했다.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다는 장면 자체가 세계 역사적으로 큰 상징을 갖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미 당국은 극소수 참모 외에는 ‘DMZ 회동’을 알지 못할 정도로 해당 사실을 철통 보안에 붙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윗이 아시아의 외교단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에게도 허를 찌른 것이었다며 ”DMZ에서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만남을 위한 진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허’를 좋아한다”고 보도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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