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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대리운전 부르려 했다’, ‘딱 두잔 마셨다’…제2 윤창호법 시행 첫날 '곳곳 실랑이'
25일 오전 1시 30분께, 압구정 명품거리 인근에서 흰색 외제차 운전자 A 씨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응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25일 자정~오전 2시 영동대로 일대서 진행된
-강남서 음주특별단속서 음주운전 2건 적발
-경찰 “술 조금만 마셔도 적발…음주운전 말아야”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저 대리(기사) 부르려고 했어요. 진짜에요. 전화 계속 걸고 있는거 보이시죠? 저 매일 대리 부르는 사람이에요. 코너 모퉁이 술집에서 술 마시고 약 30m 거리를 운전했는데... 진짜 억울한데...”

25일 오전 1시 30분 압구정 명품거리. 음주단속에 적발된 운전자 A 씨가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항변했다. 자신의 하얀색 재규어 차량을 주행하던 A 씨는 이날 경찰의 음주단속을 보고 차량을 인도 쪽으로 꺾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관은 경찰서에서 가지고 나온 음주 측정기를 A 씨에게 내밀며 “지금부터 도로교통법 44조 1항과 2항에 근거해 음주 측정을 실시하겠습니다. 풍선 불듯이 5초간 쎄게 불어주시면 돼요.”

A 씨는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후’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측정기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음주측정기에 나온 혈중알콜농도 수치는 0.110.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25일 오전께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음주운전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면허정지 수치를 현행 0.05%에서 0.03%로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른바 제 2 윤창호법)이 처음 시행된 25일, 경찰은 이날 자정을 기점으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진행했다. 강남경찰서는 이날 단속인원 10명을 투입해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했다. 순찰차 3대에, 교통안전계 계장과 팀장, 팀원 6명, 그리고 도시고속도로 순찰대 소속 직원 2명이 포함된 큰 규모의 순찰 인력이 동원됐다.

단속은 영동대교 남단 코엑스 방면 도로에서 자정부터 오전 1시까지 약 1시간, 압구정 명품거리에서 오전 1시부터 2시께까지 약 1시간, 총 2시간동안 진행됐다. 헤럴드경제는 이날 강남경찰서 교통과 교통안전계가 진행한 음주단속에 동행했다.

25일 오전께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진행된 강남경찰서 음주운전 단속에서 적발된 인원은 총 2명이었다. 재규어 차량 운전자 A 씨, 그 외 하얀색 아우디 차량 운전자 B씨가 단속에 적발됐따. 이날 오전 12시 22분께 영동대교 남단 리베라 호텔 인근에서 음주운전에 적발된 B 씨는 적발 당시 몸을 쉽게 가누지 못했다. 음주측정을 위해 이동중 B 씨의 몸이 중심을 잃고 휘청하는 모습이 여러번 보였다. 음주 측정 결과 B 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076.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B 씨는 경찰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경찰서로 가서 진술서를 쓰겠다”고 주장했다. 당황한 경찰관은 “경찰관의 몸에 손을 대시면 안된다”고 말하며 B 씨에게서 떨어졌다.

기자가 B 씨에게 ‘뭐 때문에 이렇게 술을 많이 드셨냐’고 묻자, B 씨는 “소주를 두 잔밖에 마시지 않았다”면서 “술을 잘 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한 경찰관은 “소주를 한병정도 마시면 면허 정지 수준의 알콜농도가 나온다”면서 “예전에는 몸집이 있거나 술을 잘마시는 분들은 술을 마셔도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았다면, 음주단속 기준이 강화된 현재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25일 오전 12시 22분께 운전자 B 씨가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의 음주운전 단속에 응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이날 강남일대 단속에선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해당되는 혈중알콜농도 수치 0.03~0.049 수치 적발자는 나오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관들은 음주운전 단속을 ‘늘 하던 일’이라면서도, 현장에서 힘든 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운전자들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고, 음주운전 단속에 협조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임윤균 강남경찰서 교통과 교통안전계 경위는 “음주단속을 하다보면, 멱살을 잡히고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면서 “대부분 맞고 화를 삭히는 수준에서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또 “도주해서 가는 차량은 잡기가 힘들다”면서 “특히 강남 일대는 빠른 외제차가 많기 때문에 경찰차로 따라가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다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음주단속에 나온 한 경찰관은 “교통안전계 직원들이 음주 단속 외에도 해야 하는 많은 교통사고 예방활동이 많이 있다”면서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면, 음주운전 단속보단 직접 시민들의 사망을 예방하는 활동을 할 수 있을텐데 정말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날 음주단속을 지휘한 박종탁 경감(교통안전계 2팀 팀장)도 “예전에는 길을 통째로 막고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했는데, 요새는 그렇게 하면 차가 막힌다는 민원이 물밀듯이 들어온다”면서 “그래서 정차중인 차량에 다가가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거나, 좁은 길목에서만 차를 막고 음주운전 단속을 한다”고 했다.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의 음주운전 단속 장소가 표시된 한 애플리케이션 모습.

한편 일부 시민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음주단속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피해서 운전을 하는듯 했다. 이날 음주단속이 진행되는 중에도 한 애플리케이션에는 경찰의 음주단속 위치를 설명하는 정보가 올라왔다.

경찰은 앞으로 두 달간 전국에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진행한다. 개정법 시행으로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는 기준은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음주단속 적발 면허취소 기준도 종전 3회에서 2회로 강화됐다.

음주운전 처벌 상한도 ‘징역 5년, 벌금 2000만원’으로 상향됐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낸 경우 운전 결격 기간을 5년 둔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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