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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소·고발 공화국 ①] 인구는 절반인데 고소 고발은 일본 50배
-2018년 고소·고발 당한 사람 71만4000명
-인구는 일본 절반인데 고소·고발 사건은 50배
-기소율 20%도 안되는데…고소 당하면 바로 피의자 입건… ‘제도 개선 필요’ 지적도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지난해 고소, 고발을 당한 연인원 규모가 7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대비 사건 수가 지나치게 많고 민사 분쟁이 형사 절차로 이어지는 등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대검찰청 ‘형사사건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소사건은 41만6058건이었고, 피고소인은 60만5090명에 달했다. 고발사건은 7만2446건, 10만9021명이었다. 고소·고발로 인해 1년 동안 71만4000여 명이 형사사건에 휘말린 셈이다. 인구가 우리나라 두 배가 넘는 일본은 고소·고발 건수가 우리의 50분의 1 수준인 연간 1만건 정도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고소·고발 사건은 지나치게 많다. 올해 추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소 사건의 경우 1~3월에만 10만5423건이 접수됐고, 15만5125명이 고소를 당했다. 같은 기간 고발사건 접수 건수는 1만7846건, 인원으로 환산하면 2만8034 명이었다.

고소 사건은 해마다 전체 범죄발생 건수의 4분의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고소된 사건 중 실제 기소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고소·고발 사건이 많은 것은 민사 분쟁이 형사 사건으로 이어지는 비중이 많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돈을 갚지 않는 ‘채무불이행’을 차용사기혐의로 고소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고소·고발을 당하면 바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된다는 점이다. 실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 바로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고소를 당한 사람은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다. 고소·고발 사건이 남발되고 80% 이상은 기소가 되지 않는데도 강제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피의자로 입건되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영장 발부 과정을 거쳐 체포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고소나 고발을 당한 사람을 바로 피의자로 입건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의 경우 고소를 당한 사람은 ‘수사 판사’에 의해 혐의가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피의자로 입건되고, 강제수사 대상이 된다. 부장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고소인이 제출한 고소장에 의해 혐의 유무가 명백하지 않고, 민사분쟁의 성격이 농후한 경우는 각하 제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와 같이 피고소인에게 참고인적 성격의 지위를 인정하고, 함부로 강제처분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소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직접 심사를 요청하는 ‘재정신청’ 제도가 이러한 실정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고소와 동시에 피의자가 되는 불균형이 존재하는데도 오히려 고소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를 두는 게 맞지 않다는 논리다. 지난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접수된 재정신청사건은 총 10만972건이었다. 하지만 법원에서 공소제기가 결정된 사건은 0.77%인 774건에 불과했다. 100건 중 99건 이상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개혁안을 밝히며 재정신청 제도를 전면 확대해 검찰의 수사종결권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악의적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11년 8541건이 접수된 무고사건은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며 2015년에는 1만 건을 넘어섰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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