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의혹에만 매달려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한 전 총장 외에 윤갑근 전 고검장 등도 수사 필요성 언급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김학의(63·구속)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조사해 온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소위 ‘윤중천 리스트’로 언급되는 전·현직 검찰 고위직 간부를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결론냈다.
과거사위는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마지막 정례회의를 열고 김 전 차관 사건의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과거사위는 “윤중천과의 유착 의심정황이 다분한 한모 씨, 윤모 씨, 박모 등 전직 검찰 고위관계자에 대해 엄중히 수사해 그 진상을 밝혀 이를 국민께 소상히 설명하고,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적발된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위시한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고검장, 박모 전 춘전지검 차장검사를 지칭한다.
한 전 총장은 2011년 윤중천 씨가 이른바 ‘한방천하’ 상가 개발비 횡령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서울중앙지검장 재직했다. 윤씨는 한 전 총장 앞으로 진정서를 제출했고, 그 요구사항대로 수사주체가 변경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게 과거사위의 결론이다.
윤 전 고검장에 대해서는 “1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A의 특수강간 고소사건, 무고사건 등의 최종 결재자였고, 2차 사건 수사 당시 대검 강력부장으로 수사 담당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를 지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박 전 차장검사의 경우 변호사 개업 이후 윤중천이 소개한 사건의 수임료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지급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박 전 차장검사의 경우 김 전 차관이 검사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춘천지검에서 함께 근무하며 윤중천 씨와 친분을 유지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하지만 강제수사 권한이 없는 과거사위는 한 전 총장과 윤 전 고검장을 직접 불러서 조사하지는 못했다. 과거사위 위원인 김용민 변호사는 “한 전 총장은 조사를 거부하고 전화도 받지 않아 조사하지 못했으나 전부 조사를 시도했으며 몇은 전화 통화도 이뤄졌다”고 했다.
과거사위는 이번 발표를 통해 김 전 차관 사건의 본질을 단순 성범죄가 아닌 “검찰 고위직인 공직자가 그 지위와 권세를 이용해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와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규정했다. 과거 수사기록에도 있었던 윤중천의 전화번호부, 통화내역, 압수된 명함, 관련자들의 진술등을 종합하면 같이 어울렸던 다수의 검찰관계자가 확인되는데도 이렇다 할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과거사위 판단이다. “종전 수사기록에 의하더라도 적어도 윤중천으로부터 접대받은 의혹이 있는 다수 검찰 관계자들이 객관적인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됨에도,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의 성폭력 의혹 규명에만 급급해 이들을 조사하지 않았고, 사건 송치를 받은 검찰 또한 아무런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김 전 차관 부인은 자신과 최순실 씨가 친분이 있다고 진술한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 내용을 보도한 기자를 고소한 상태다. 윤갑근 전 고검장 역시 윤중천 씨와의 친분이 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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