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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로호’ 의미 싫다, 中 태클 논란…개명 논의 두고 반발
파로호의 전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6·25 한국전쟁 당시 수만명의 중공군을 격퇴한 곳으로 알려진 강원도 화천군의 ‘파로호(破虜湖)’가 개명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로호’라는 의미는 그 자체 만으로도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라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1951년 한미 연합군이 중공군 2만4000여 명을 사살하고 호수에 수장시킨 승전을 기념해 이승만 전 대통령이 파로호 친필 휘호를 내린 바 있다. 그리고 그 명칭이 67년째 내려오고 있다.

이를 두고 뼈아픈 패전의 기록을 지우려는 중국 당국과 관광객 등이 이름을 바꾸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주중대사 시절 중국 측으로부터 같은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일부 시민단체 역시 ‘파로호’의 명칭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8일 화천군에 따르면 최근 ㈔남북강원도협력협회와 대붕호 사람들 등은 ‘2019 DMZ 대붕호 평화문화제’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파로호’ 원래 이름인 ‘대붕호’로 명칭을 바꾸고, 호수를 ‘평화와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 승전의 기록을 담고 있는 ‘파로호’라는 명칭을 굳이 일제시대 명칭인 ‘대붕호’로 바꾸는 논의 자체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적지 않다. 파로호는 애초 일제 강점기인 1944년 댐 건설로 생겨난 인공 호수다. 저수량은 약 10억t에 이른다. 조성 당시엔 상상의 새 ‘대붕’과 호수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 ‘대붕호’라고 불렸다.

군민들은 역사적인 지명인데도 지역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바꾸려는 시도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화천문화원 측은 “군민들의 여론도 듣지 않고 오히려 일제가 붙인 지명을 사용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개명 논란에 강원도와 화천군은 지역 주민과의 의견 수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붕호’라는 명칭에 대한 고증 작업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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