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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검찰개혁 건의문에 대한 건의문
시민단체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됐다.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서울서부지검으로 사건이 넘어갔다. 검찰에서는 사안에 대해서 달리 판단했다.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개인의 경험만을 놓고 보면 경찰보다 검찰 수사를 더 신뢰하는 게 맞다. 나의 무고함을 알아준 수사기관이기에.

그러나 지금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국회에 보낸 편지를 보면 불편하다. 부분적으로 옳은 말처럼 보이지만, 글의 기저에 깔려 있는 ‘경찰에 대한 불신’이 노골적으로 읽힌다. 기자 역시 경찰 수사에 대해 불신할 수 있는 경험이 있지만, 지금 논의의 핵심은 검찰이 그간 휘둘러 온 무소불위의 권력에 대한 개혁이다.

송 검사장은 검찰 개혁을 두고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범죄혐의 자체를 발굴하기 위해 수사단서가 나올 때까지 압수수색과 별건 수사를 계속하는 수사의 폐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대안도 이야기되는 게 있다. 검사가 현직에서 총장으로 승진하는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말. 기자도 기대한다. 늦어도 1심 판결 선고 직후에는 반드시 책임소재를 따지는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바늘도둑은 주거부정으로 구속되고, 소도둑은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 역시 분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하다. 경찰에 수사개시권과 1차 수사종결권을 인정하면 아무런 제약 없이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와 통신을 뒤지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 할 것이라는 전제. 검찰이 해왔던 것은 아닌가.

범죄혐의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범죄혐의 자체를 발굴하기 위해 수사단서가 나올 때까지 압수수색과 별건 수사를 계속하는 수사의 폐해를 지적한 단락 뒤에는 ‘경찰’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지만 사실 더 적합한 표현은 ‘검찰’이 아니었나.

기자는 세상을 정반합(正反合)으로 본다. 지금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그간 검찰이 휘둘러온 권력의 극히 일부를 떼어 놓는 과정이다. ‘정(正)의 방향’에서 ‘반(反)의 방향’으로 돌아온 것에 저항하는 검사장. 특수수사와 직접수사 건수를 검찰 스스로 우선 줄여 놓자는 검찰총장의 방침과는 다소 다르게 울산지검을 운영하며 ‘고소·고발사건 직접수사 확대 방안’을 시행해 온 검사장.

지난 정권 부천지청에서 청장과 차장 관계로 있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부당한 수사 지휘를 할 때는 고언을 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뀐 뒤 검찰총장과 고검장 인사 시즌에 갑자기 검찰개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를 띄운 검사장. 불편한 마음이 커져간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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