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귀금속 ‘먹튀’ 사건 잇따라 발생하면서 상인들 불안 호소
22일 오전 한산한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 [사진=김민지 인턴기자/jakmeen@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ㆍ김민지 인턴기자] “불안하죠. 다이아 장사도 안돼 죽겠는데 주변에서 사기 당했다는 얘기까지 들리니까”
종로에서 15년간 다이아 판매를 해온 이모(38) 씨는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여러 번 한숨을 쉬었다. 그는 “15년 전 대비 다이아몬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금이 제일 쌀 때’라고 말한지가 벌써 수년째”라면서 “점점 장사가 안 되니까 사기도 치고 당하고 그러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22일 서울 혜화경찰서는 2000만원 상당의 다이아를 납품받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A(61) 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 17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서울 종로에서 외상으로 36억원 어치의 귀금속을 받아 대금을 떼먹고 달아난 범인이 경찰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다이아 가격 하락 탓에 다이아 판매 수익이 줄어든데다 최근 종로에서 귀금속 ‘먹튀’ 사건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다이아몬드 판매상들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쳤다는 반응이었다. 장사도 안되는데 사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상인들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종로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우모(36) 씨는 “장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지 3년쯤 됐다. 지난해가 최악이라고 다들 예상했는데 올해는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금 가격은 오르는데 다이아몬드는 국제적으로 수요가 줄어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현실이다. 가격보다는 수요 자체가 없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전에 비해 매출이 40~5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종로에서 귀금속 판매업을 해온 문모(42) 씨는 “2013년 쯤부터 결혼 자체 절차가 소박해지고 다이아 보다는 명품가방으로 예물 등이 대체되고 하니까 더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1~2년에 한 두건씩 20~30억대의 큰 사기 사건이 있었다”며 “이것보다 금액이 적은 사건은 훨씬 잦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경찰과 상인들에 따르면 귀금속 업계는 관행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거래처로부터 귀금속 등 물품을 먼저 받고 추후에 대금을 지급 받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대금을 떼먹고 도주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종로의 한 보석상은 “다들 십몇 년씩 장사하는 사람들이라 안면식이 있으니까 쉽게 물건을 주기도 한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영수증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선 서에서 관련 수사를 하는 경찰 관계자는 “서로 안면이 있고 오래 신뢰를 쌓은 사람들이 돈이 궁한 나머지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불경기와 장기 침체가 범죄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 귀금속 거래 상인은 “다들 오래 장사하신 분들이다 보니 버티다 버티다 벌어놓은 돈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온 것 같다”며 “그만두지 못하고 한계에 다다른 분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보석상을 하는 최인영(46ㆍ가명) 씨는 “귀금속은 업계 특성상 경기가 안 좋아지는 순간 체감 경제가 엄청나게 떨어진다”며 “불경기가 계속 되니 그만큼 귀금속 시장의 타격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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