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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sight-박은희 KOTRA 노보시비르스크 무역관장]러시아 시베리아에 흐르는 韓流
“안녕하십니까, 코트라 노보시비르스크 무역관 박은희입니다” “네? 어디 무역관이시라고요?”

업무상 한국으로 전화를 걸 때마다 거의 대부분 노보시비르스크에 대한 설명부터 대화가 시작된다. 그만큼 노보시비르스크가 다른 러시아 도시들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베리아의 도시’라는 의미의 노보시비르스크는 러시아 시베리아 연방관구에 속한 노보시비르스크주의 주도(州都)이다. 시베리아를 대표하고,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임에도 한국에 생소한 지역이다. 한국 공공기관은 코트라가 유일하고, 거주중인 한국인도 선교사, 단기유학생을 포함해 5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노보시비르스크에도 현지에서 체감하는 한류의 영향은 놀라울 정도다.

작년 11월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활동중인 선교사분이 개최한 ‘한국 문화의 날’에 초대받아 러시아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참석자들이 주로 학생들이라 한국 문화에 대한 가벼운 질문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한국 사람들이 러시아 사람을 좋아할지, 한국이나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이 러시아에서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러시아 청년들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한국 제품은 무엇인지, 러시아 사람이 한국에서 사는 것은 어렵지 않은지 등 구체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미래지향적인 질문이 많았다.

러시아인들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노보시비르스크의 밀레니얼 세대가 한국의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를 직접 들어보니 한류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한 날이었다.

이런 한류의 영향이 경제적인 측면에도 반영됐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 한국 소비재 제품의 수입 확대다. 시베리아 연방관구의 경우 전체 대러시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입액 기준으로 2%에 불과하지만 매년 증가세다. 시베리아 연방관구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대외교역 통계에 따르면 한국 제품 수입은 약 1억9000만 달러를 기록, 2017년의 1억2160만 달러 대비 56.8%나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식품류 및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 품목의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이다. 전체 수입금액 비중으로는 아직 미미하지만 화장품의 경우 2017년 83만 2000달러에서 2018년 285만4000달러를 수입하며 236.3% 급증했다. 각종 조제식료품 및 음료 제품 수입은 같은 기간 29만7000달러에서 99만8000달러로 243%나 늘었다.

물론, 소비재 품목의 러시아 시장 진출은 쉽지 않다. 가격 및 결제조건, 물류 등 일반적인 수출 애로사항 외에도 의사소통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한류 덕분에 이름도 생소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한국, 더 나아가 한국 상품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중이다. 올해 1월 해외문화홍보원에서 발표한 2018년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이미지 평가를 높게 한 국가였다. 바로 지금이 러시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버리고 자신감을 갖고 미개척 시장에 도전해볼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박은희 KOTRA 노보시비르스크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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