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수사, 협상 여지 줄여…타협할 수 없는 코너 위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과 중국이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며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종전으로 향하던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확전으로 돌아선 데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계산 착오’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의 막판 전환은 어떻게 미중 무역협상을 뒤집었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변화된 거래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으로 오산했다(miscalculated)”면서 “이제 분노로 가득찬 수사는 협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1년간 이어진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곧 끝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고, 해외로부터 더 많은 상품 및 서비스를 구입할 것이란 연설을 했다. 이는 무역협상을 진행하면서 미국이 요구해왔던 사항들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주일 후 중국의 협상 대표단은 미국 측에 사실상 ‘재작성된’ 무역합의 초안을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거의 다 됐었는데 중국이 깼다”며 관세 폭탄을 내렸다.
NYT는 중국의 톱다운식(하향식) 정치 체제를 언급하면서 중국 내 다른 누구에게도 없을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는 시 주석이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중 무역협상에 정통한 전·현직 정부 관료, 연구원, 법률가, 무역 전문가 등 다수를 인용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에 대한 열의와 그가 미국 협상단을 얼마나 멀리 밀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오판했다(misjudged)”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 주석은 자신의 입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사이에서 타협할 수 없는 코너에 몰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 주석의 정신없이 바쁜 일정과 고도로 중앙화된 정책 결정 스타일이 장래 협상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결정을 위험한 정도로까지 지연시켜왔다고 전직 관료, 학자, 무역단체 대표들은 전했다.
이제 중국 지도부는 타협의 여지를 좁힐 수 있는 전투적·국가주의적 수사를 동원해 자신들의 결정을 옹호함으로써 미국과의 무역 긴장을 연장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양국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기업 밎 분쟁 해결 변호사 타오징저우는 “타협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선전은 협상을 위한 여지를 더욱 줄일 수 있는 국가주의적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3일 밤늦게 무역합의 초안을 조직적으로 수정한 150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미국에 보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10일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에 중국도 내달 1일부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25%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다시 트럼프 대통령은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언급하는 등 양국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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