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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제재유지’ vs 러 ‘北체제 보장’…한반도 비핵화 간극
미·러 외교장관 회담서 입장차 명확

미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명확히 드러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에 중심을 뒀다. 한반도 비핵화의 ‘범위’ 또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유엔 제재 유지를 세게 강조하며 최대한의 압박 기조에 방점을 뒀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외교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북한 지도부는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자국에 대한 안전보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며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대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최종적으로 동북아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견고한 체제 구축을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의 적용 범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그는 “우리(러시아)는 비핵화가 한반도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고 했다. 이는 한국에 전개된 미국의 핵우산도 같이 제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관측된다. 실제 데이비드 트라텐버그 미 국방부 정책 부차관은 지난달 하순 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비핵화 협상 결과와 관계 없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에 이어 발언한 폼페이오 장관은 러시아 측 의견과 별개로 자국의 견해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나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가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underscored)”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여러 생산적 방식으로 이 문제에 대해 아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측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표현을 활용해 자국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생산적 방식’ 등 모호한 외교적 수사로 미러 간의 입장차가 크지 않음을 애써 설명한 셈이다.

세부적인 표현 뿐 아니라 양국 외교 수장의 발언 맥락을 보더라도 비핵화를 둘러싼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미국은 ‘북한의 FFVD’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며 비핵화 대상을 북한으로 명시하고, 비핵화 견인을 위한 제재 이행 등 압박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제재라는 말을 직접 거론하는 대신,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 보장을 화두로 꺼내며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전체 비핵화’를 적시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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