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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EU ‘대서양 동맹’ 균열음 확대…“트럼프는 유럽을 경쟁국이라 믿어”
폼페이오 장관, 독일 방문 돌연 취소 이어 헝가리 총리 백악관 방문
“트럼프 대통령은 권위주의 인사들만 환영” 비판
기후변화, 무영분쟁, 이란문제 등 놓고 대립각


지난 1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내 전통적 우방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독일, 프랑스 등 EU 주요국과 미국 간의 동맹에 균열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주 기독교 우파 민족주의의 대표격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민족주의 전선을 확대하고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향한 EU국들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과 EU 간 관계를 위기에 몰고 간 대표적인 사건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이라크 행(行)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을 돌연취소하고 이라크로 건너가 아델 압델-마흐디 이라크 총리를 만났다.

당시 미 국무부는 “불행하게도 긴급한 문제(pressing issues)로 인해 베를린 회담 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면서 해명했지만, EU 내부에서는 독일과의 관계를 ‘뒷전’으로 미뤘다는 해석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당시 독일의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은 “미국과 독일의 우정이 파탄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공세에 직면한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을 취소했다는 것은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의 관계가 얼마나 경색돼 왔는지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유럽 간의 동맹관계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EU의 중추적 회원국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은 기후 변화와 무역분쟁, 그리고 이란 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여기에 미국이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을 돌연 취소한 것에 이어 이번주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 트럼프 대통령이 권위주의 지도자들만을 환영함으로써 수십년 간 대서양 횡단의 안보를 지탱해 온 기존 동맹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있다는 비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니콜라스 번스 전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미국 대사는 FT를 통해 “우리는 미국이 지난 70년간 유럽과의 동맹을 지속되게 만든 것들을 ‘거절’하려는 제스쳐를 눈 앞에 두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소중한 동맹국이 아닌 경쟁국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EU와의 동맹 위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베토 오로르케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등 공동 관심사에 대처하기 위해 유럽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동맹과 우정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브루킹스 연구소의 유럽 전문가인 콘스탄츠 슈텔젠뮬러는 미국과 EU간의 관계가 “불편한 평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이 지난주 폼페이오 장관의 일정 취소에 불만을 갖고는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양 측이 수 마일이나 떨어져 있다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국방비 지출 수준, 그리고 러시아 가스를 독일로 들여오는 파이프 라인 등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독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일련의 ‘문제’들을 대화가 아닌 ‘행동’으로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다는 경고도 심심찮게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외교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으면 무시해버리겠다’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노베르트 뢰트겐 독일 연방 하원외교위원장은 “미국은 이 문제들 중 어느 것에 대해서도 뚜렷한 진전이 없다고 말할 것”이라면서 “거기에 굳이 대화를 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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