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ㆍ김대우 기자]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나라의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전분기대비 -0.3%)를 기록하고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하는 가운데, G2의 무역전쟁으로 양국을 비롯해 세계경제가 타격을 받을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때문이다.
전문기관들도 G2의 무역전쟁으로 미중 양국을 비롯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G2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원화가치 하락 속에 대외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주말 막판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미국은 예고대로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려 적용했고, 중국도 보복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반발하는 등 양국이 강대강(强對强) 대결을 펼치고 있다. 향후 재협상을 통한 타결 가능성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G2가 세계경제를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헤게모니(패권) 전쟁의 서막이라는 점에서 단기간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UBS, 바클레이즈, HSBC 등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G2 무역전쟁으로 세계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업고, 미국보다 중국에 미칠 부작용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의 관세인상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향후 1년 간 0.2~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이 올해 6%대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포트이코노믹스는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내년까지 세계경제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고, 씨티는 글로벌 공급망을 감안할 때 대외의존도 및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는 대중 부가가치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등 인접국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049억달러의 수출 가운데 미중 양국에 2348억달러를 수출해 G2 의존도가 38.8%에 달했다. 특히 대중국 수출액은 1621억달러로 전체의 26.8%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79.0%(1282억달러)가 반도체 등 전자부품과 화학제품의 중간재였다.
이런 수출 구조를 감안할 때 중국의 성장률 하락은 우리나라 성장률은 물론 기업 투자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중국 성장률이 1.0%포인트 하락할 때 우리나라 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진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질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은 0.2~0.3%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게 되며, 이렇게 되면 2%대 성장은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성장률 하락은 소비 위축을 부르고 공장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져 다시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취업자가 전년대비 25만명 늘어나며 두 달 연속 20만명대를 기록하는 등 지표상 개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민간 일자리의 근간인 제조업 취업자가 10만8000명 줄어들며 12개월 연속 감소했고 올해 1분기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19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제조업 구조조정과 경기부진이 계속되면서 고용시장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늘어난 일자리도 재정투입으로 만든 단기성 ‘세금 일자리’가 많다.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가 17만2000명 늘어난 것이나, ‘쪼개기 알바’에 해당하는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62만7000명 증가하고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33만8000명 줄어든 것, 40대와 30대 취업자가 각각 16만8000명, 8만2000명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34만6000명 늘어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 위축 속에 제조업 침체가 심화하고 일자리도 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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