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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美, 교착상태 새 국면 들어섰지만…
-트럼프, 신뢰 위반 아니라며 “언젠가 그럴 가능성” 경고
-北美 입장차 크고 北 추가도발 가능성…기싸운 지속될 듯

북한의 두 차례 단거리미사일 무력시위와 미국의 북한 선박 첫 압류 조치에 따라 하노이 결렬 이후 두달 넘게 이어져오던 북미 비핵화협상 교착상태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지난 9일 평북 구성 일대에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 장면.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답보상태에 빠져있던 한반도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두 차례에 걸쳐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힌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저고도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은 이에 대응하기라도 하듯 석탄 불법 운송으로 국제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처음 압류했다. 북미 비핵화협상 교착상태에서 변화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여정에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흐름이다.

미국은 일단 확전을 방지하며 북한과 대화의 끈을 이어간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가 일반적인 것이었다면서 ‘신뢰 위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방한 기간 북한의 두 번째 무력시위를 목도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어질 경우에 대비한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 “이것은 단거리이고 신뢰위반으로 여기지 않는다”면서도 “내가 신뢰위반으로 간주하게 될 때가 되면 알리겠다”고 말했다. 또 “어느 시점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아직은 김 위원장과 ‘톱다운’식 대화의 문을 열어두지만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 강경기조로 선회할 수 있음을 내비치며 경고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그러나 북미 비핵화협상 교착 타개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향후 추가 단거리미사일 발사나 한층 수위를 높인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군사적 움직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진행된 한미 연합공중훈련과 F-35A 스텔스 전투기 비행훈련을 거론한 뒤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완화 흐름에 배치되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라면서 “북남 군사분야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며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위험천만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두 차례 단거리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적극 추진중인 식량지원에 대해서도 마뜩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북남선언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주변환경에 얽매여 선언 이행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북남관계의 새 역사를 써 나가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인도주의’란 표현은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고려해 검토중인 대북 식량지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지난주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시험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지 않으면 북한 지도자가 과거 적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북미가 핵심인 비핵화해법에 있어서 단계적ㆍ동시적 해결과 일괄타결식 빅딜 해결을 고수하면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NYT는 현 상황에 대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친밀감이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로 상대가 조바심을 내 양보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북미 사이의 기싸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NYT에 “워싱턴과 평양은 각자 공이 상대방 코트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북미 간) 움직임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모두 대화 판 자체를 깨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 과정에 있다”며 “상황이 당분간 악화일로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도발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다 받아줘서는 더 큰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어떻게 보면 겪어야할 진통인데 상황관리에 중점을 두고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 고비를 잘 넘겨야한다”고 강조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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