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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유튜브 차단 루머에 담긴 민심
“정부가 6월부터 불법 정보ㆍ서비스 규제를 강화할 계획인데 유튜브 서비스를 임시 차단할 수도 있다”

두달 전 쯤부터 인터넷 상에서 이런 이야기가 ‘솔솔’ 퍼져 나왔다. 이른바 ‘유튜브 6월 차단설’이다.

처음에는 별 근거없어 보이는 ‘설’이었지만, 루머는 점점 퍼져나가고 확산됐다.

당연히 사용자들은 분노했다. 정부가 미디어를 통제하려 한다는 분노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만 수백 건이 올라왔으며, 아예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부가 국민들에게 재갈을 물리려 하는 역겨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는 유튜버들도 점점 늘었다. “여기가 중국이냐, 북한이냐”는 원색적인 비판도 이어졌다.

다행스럽게도 6월에 유튜브를 차단한다는 것은 가짜뉴스다.

이번 루머의 발단은 지난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이다. 


계획안에 ‘유튜브와 같은 국외 전기통신사업자라 할지라도 개인정보 유출ㆍ음란물 유통ㆍ허위사실 유포 등 위법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3회 위반할 경우 서비스를 임시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공정 행위 규제를 위한 법 개정안을 6월에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절묘하게 섞이면서 ‘유튜브 6월 차단설’이 탄생했다.

루머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방통위는 급기야 7일 입장문을 내놨다. “업무계획에서 밝힌 임시중지명령제 도입 추진은 국회에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3회 이상 반복적으로 위반하거나 휴폐업 등으로 심각한 이용자 피해가 지속되면 임시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지 유튜브 같은 정상적인 서비스 규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마 방통위는 ‘갑질’과 각종 불공정 논란에도 국내에서 유유자적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해외 전기통신사업자들를 관리하겠다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예컨데 구글의 경우 국내에서 한 푼의 망사용료도 안내면서도 엄청난 트래픽 부담을 통신사에 그대로 전가하고 있다. 구글 또는 유튜브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일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고 배짱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사용자들도 이런 점을 알고 그간 계속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처럼 많은 사용자들 ‘유튜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6월 차단설’이 일파만파로 퍼진 데는, 현 정부의 미디어-인터넷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국민을 통제하려 하는 정부’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강하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억울하다고 이야기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간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왜 사용자들이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할 ‘미디어 통제설’을 쉽게 믿어버리는지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다.

지난 2월 일어난 방통위의 ‘https’(보안접속) 통제나 여성가족부의 ‘연예인 외모 통제’가 그랬었다.

방통위는 음란물ㆍ불법도박 등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https’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다. 당시에 사회단체 등이 나서서 ‘https’가 결국에는 미디어 통제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반대를 표했지만 방통위는 아무 문제 없다며 강행했다. 불법음란물이 유통되지 않는 평범한 성인사이트마저 차단되는 일이 벌어지고 나서도 방통위는 ‘그건 통신사가 실수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변명하기 바빴다.

여가부는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통해 ‘연예인 외모가 획일적’이라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하라’고 방송사에 권고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고 철회한 일이 있다. 여가부는 본지를 통해 ‘유튜브 모니터링 사업 계획’도 밝힌 적이 있다. 유튜브ㆍ아프리카TV 등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여성혐오 등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다.

모두 업계나 사용자들로부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시대착오적이다”라고 비판받았다.

이런 기억들이 하나하나 쌓여 이번엔 ‘유튜브 6월 차단설’을 만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그저 해프닝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이 정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 입맛에 맞지 않으면 통제하는 ’옛날 정부‘처럼 인식되고 싶지 않다면, 자세를 낮춰 민심을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채상우 미래산업섹션 4차산업팀 기자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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