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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궁경부암’ 전 세계 환자 줄었는데 한국만 ‘역주행’…백신으로 90% 예방
-5월 셋째 주 자궁경부암 예방 주간
-한국 환자만 늘어 지난 해 6만명 넘어
-백신으로 90% 이상의 예방효과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으로 예방효과는 90% 이상이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중1 여학생을 둔 주부 강모(45)씨는 지난해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게 했다. 아직까지는 딸이 성 접촉과 무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다. 특히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고 딸 연령(2005년생)에 해당하는 여성은 정부에서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예방 차원에서 백신접종을 하게 됐다.

자궁경부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궁경부암 환자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국내 환자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자궁경부암은 백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해 적극적인 예방접종으로 암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

▶미국 등 환자 감소세…한국은 지난 해 6만명 이상=매년 5월 셋째 주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한 자궁경부암 예방 주간이다. 자궁경부암은 자궁과 질을 연결하는 ‘경부’라는 부위에 악성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 원인은 생식기 감염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는 HPV 감염에 의한 것이다. HPV는 자궁경부암 뿐만 아니라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의 원인도 되고 있다.

HPV의 주요 감염 경로는 성 접촉이다. 성 접촉시 남성 또는 여성이 HPV에 노출돼 있을 때 감염이 된다. 자궁경부암은 30세 이후부터 발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료인원의 대부분(96.2%)은 30세 이상이지만 30세 미만 진료인원도 매년 약 2000명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성생활 연령이 예전에 비해 낮아지면서 HPV 감염 유병률은 18~29세에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자궁경부암은 전세계 15~44세 여성에서 발생하는 여성암 중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900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자궁경부암 환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환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발표한 미국 내 자궁경부암 환자 수는 지난 1992년 이후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7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도입한 호주의 경우에는 오는 2034년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10만명당 1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궁경부암 유병률이 오히려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2013년 5만4000명에서 2017년 5만9000명, 지난 해에는 6만2000명으로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2세 여성 청소년 대상 무료 접종 진행=다행히 자궁경부암은 백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을 경우 암 예방 효과는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예방접종 및 표준 여성 청소년 건강 상담 서비스를 6개월 간격으로 2회 무료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해의 경우 2005년생 여자 청소년이 대상이었으며 올 해는 2006년 1월 1일~2007년 12월 31일 사이 출생한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이 2회 무료로 지원될 예정이다.

주원덕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HPV는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성 경험 이전에 접종하는 것이 예방에 최적의 효과를 나타낸다”며 “특히 면역 반응이 높은 만 9~13세에 접종할 것을 가장 권고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 되는 HPV 바이러스는 16형과 18형이지만 최근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발표한 ‘한국인 대상 HPV의 질환 부담과 유형별 빈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에게서 유독 HPV 52형과 58형의 감염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한국 여성에 있어 HPV 52형, 58형의 유병률이 높기 때문에 한국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게 HP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HPV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자궁경부암 백신 중에는 이 바이러스까지 예방 가능한 백신이 나와 있다.

▶여성만 접종?…남성도 맞으면 감염률 ‘뚝’=자궁경부암은 여성의 질환이지만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만큼 남성도 맞는 것이 좋다. HPV는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등을 일으키지만 남성에게는 생식기 사마귀(콘딜로마)나 항문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국내 생식기 사마귀 환자 절반 정도가 20~30대 남성이라고 알려졌다.

주 교수는 “남성의 HPV 감염은 관계를 통해 상대 여성에게 전파돼 여성의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등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HPV 예방은 남성에게도 꼭 필요하다”며 “남녀가 함께 접종하였을 때 HPV 감염률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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