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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미분양 15배 폭증…‘일시적’ vs ‘본격화’
서울 미분양 770호… 3년만에 최대치
‘e편한세상 광진’ 700호 미분양 탓
고분양가에 다른 단지도 계약포기 속출
‘무순위 청약’으로 미분양 소진될 지 관건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 미분양 주택이 한달새 15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가격에 분양한 특정 아파트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과 주택 시장 냉각에 따른 미분양이 누적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국토교통부는 3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2147호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2월 5만9614호에 비해 4.2% 증가했다. 지방은 5만1887호에서 5만1618호로 0.5% 감소했고, 수도권은 7727호에서 1만529호로 36.3% 증가했다.

서울은 50호에서 770호로 무려 1440%나 늘었다. 2016년 3월 788건을 기록한 이후 3년만에 최고치다. 경기도는 5878호에서 7305호로 24.3% 증가했고, 인천 역시 1799호에서 2454호로 36.4% 늘었다.

서울 미분양이 급증한 직접 원인은 1월 분양한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에서 700여 가구에 가까운 미분양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총 730가구를 분양했다. 국토부는 개별 단지 미분양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구별 미분양이 광진구 721건, 서초구 16건, 강동구 14건 순으로 집계됐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e편한세상 광진’은 분양 당시 비싸다는 논란이 있었다. 전용면적 84㎡ 1층 최저 분양가가 9억99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높다. ‘계약금 20%, 중도금 대출 불가’라는 조건까지 붙어 있었다. 결국 일부 평형이 미달될 정도로 시장 반응은 차가웠고, 당첨된 이들도 계약을 포기해 대거 미분양을 낳았다.

다만 ‘700가구 통째 미분양’이라는 수치는 현 시점에서 보면 다소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계약금 10%, 중도금 대출 지원’으로 문턱을 낮춰 선착순 분양 중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단지에서도 계약 포기에 따른 미분양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대문구에서 분양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전체 물량의 42%인 174가구가 미분양으로 나왔고, 노원구의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도 전체 물량의 11%인 62가구가 미분양됐다.

올해 분양가가 부쩍 오른 것이 핵심 원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564만76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3.7% 올랐다. 강남 분양가는 3.3㎡ 당 5000만원에 육박할 정도가 됐으며, 웬만한 강북 지역도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어려운 형편이다. 집값 하락 전망이 높은데 분양가는 크게 뛰어 수요자 입장에서는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다.

1~3월 서울 분양 물량이 586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수도권 전체로 보면 2만6219가구로 37.3%나 적음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늘었다는 것은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5월부터는 미뤄졌던 주요 단지 분양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물량이 제대로 소화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이다.

분양 업계에서는 ‘무순위 청약’에서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소진되느냐가 관건이라 보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미분양 물량에 대한 온라인 청약자 중에 추첨해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다주택자도 당첨될 수 있어 최근 1ㆍ2순위 청약보다 더 많은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호황기에 분양한 인기 아파트라도 계약 포기는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분양’이라기보다는 ‘미계약’이라고 구분해 부른다”며 “미계약이 진짜 미분양이 될 지, 점차 쌓여가게 될 지 여부는 무순위 청약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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