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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세의 리더십 교본…세종도 즐겨 읽었던 ‘자치통감’ 올재판 1부 10권

‘천지간에 없어서는 안되는 불가무(不可無)의 책’

북송시대 정치가였던 사마광의 필생의 역작, ‘자치통감’을 사학자 왕명성은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치도(治道)의 자료로 두루 통할 만한 거울’이란 뜻의 자치통감은 제왕학의 바이블로, 세종대왕, 쿠빌라이칸, 마오저뚱, 사카모토 료마 등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친 이들의 열독서로도 유명하다.

전국시대부터 오대십국까지 1362년 중국사를 총 294권으로 꿰어낸 이 거작은 흔히 사마천의 ‘사기’와 비교되곤 한다.

사기가 인물과 사건을 생생하게 표현한 문학에 가까운 열전이라면, 자치통감은 역사적 사건을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기술해 대비된다. 이는 춘추시대 역사를 정밀하게 기록한 ‘춘추좌전’을 따른 것으로, 사마광은 편년체의 구성 뿐 아니라 문체도 춘추필법을 따랐다.

사서의 교본, 자치통감이 ‘올재판’ 30권으로 나온다. 중국 고전 번역의 일인자 신동준 박사가 번역한 올재판은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로, 26일 우선 1부 전 10권을 선보인다. 자치통감의 권1부터 권81까지를 역주한 것으로, 전국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역사를 담았다. 이번 번역본은 귀주인민출판사에서 펴낸 ‘자치통감전역’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여러 판본과 주석본을 참조하고, 상세한 주석을 더했다.

2003년부터 방대한 자치통감 번역작업을 해온 신동준 박사는 전국시대, 삼국시대, 남북조시대, 오대십국시대 등 자치통감이 다루는 시기는 모두 난세에 해당한다며, ‘난세 리더십의 보고’라고 평가했다.

군자의 덕목과 인재를 얻는 법, 이기는 전략 등 복잡하고 위급한 난세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거나 몰락한 이들의 흥망성쇠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당대 최고의 정치가였던 사마광은 정치적으로는 불운했다.

신법을 내세운 왕안석에 밀려난 상황이었다. 영종은 사마광에게 사서편찬을 지시, 명예로운 은퇴의 명분을 제공했다. 명을 따른 것이지만, 사마광은 ‘자치통감’을 통해 정치적 이상향을 구현했다.

신 박사는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제왕과 신하들의 리더십인 ‘군신공치 리더십’을 제시하려 노력했다”고 봤다. 검약과 겸양의 기풍 위에 부국강병의 실리와 예의염치의 명분을 공히 추구하는 국가가 바로 사마광이 추구한 치국평천하의 모델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왕안석의 신법은 재정 수입과 규모를 늘리고 대지주와 대상인에 맞서 소농과 소상인 보호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박탈당한 이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그도 결국 낙마하게 된다.

이 와중에 민생은 신법당과 구법당으로 정권이 왔다갔다하면서 피폐해져 갔고 민심은 흉흉해졌다. ‘수호전’은 바로 이 시기를 배경으로 삼은 것이다. 
사마광 당대에 대한 번역자의 해설은 책의 길잡이로 유용하다.

올재판 ‘자치통감’(전 10권)은 26일 오전 11시부터 인터넷 교보문고와 광화문 영업점, 27일부터 전국 교보문고 매장에서 세트당 2만9000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후원으로 만들어진 올재 클래식스는 종당 5000권을 발행, 4000권은 권 당 2900원에 판매하고 나머지 1000권은 소외 계층과 복지시설 등에 무료 기증된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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