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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인 홍보대사’ 인기에 기대려다…정부·지자체 ‘한 방’
로이킴·승리·박봄 홍보에 활용
성범죄·마약 불거지자 당혹감
기재부 “무보수”지침 권고일뿐
예산 집행여부 관리 불가능


최근 강남구청이 철거한 ‘로이킴 숲’ [연합]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홍보에 연예인들을 활용했던 당국이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버닝썬 사태’ 이후 연예인들이 저지른 성폭행 범죄와 마약 투약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홍보대사였던 이들이 수갑을 차거나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연예인들의 인기에 기대 정책과 단체를 손쉽게 홍보하려던 정부ㆍ지자체의 홍보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른다. 기획재정부는 연예인 활용시 ‘무보수 원칙’을 권고했지만,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었다.

▶유명인 홍보, 잇따라 된서리=강남구청은 지난 17일 강남구 개포동의 달터근린공원 ‘로이킴 숲’에 있는 로이킴 현판을 철거했다. 로이킴이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것과 무관치 않다. 로이킴은 이른바 ‘승리 카톡방’에 있었던 인물 중 한 명으로, 해당 대화방에 음란물 사진 1건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로이킴을 입건ㆍ조사중이다. ‘버닝썬 사태’의 핵심 승리는 지난 2009년 법무부 법질서 홍보대사를 지냈다. 그러나 승리가 소유ㆍ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과 마약,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무부는 당혹스러워졌다. 경찰은 횡령과 성접대 알선 의혹을 받고 있는 승리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연예인 시상으로 정책 홍보에 나섰다가 된서리를 맞은 경우도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09년 송혜교를 모범납세자로 선정하고 표창했다. 하지만 송혜교는 이후 탈세 논란에 휩싸였다. 고은 시인은 과거 성추행 전력이 문제가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서울도서관에 있는 ‘만인의 방’을 철거했는데, 이 곳은 고은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공간이다. 앞서 2000년대 초 복지부 홍보대사 유승준은 병역기피 논란에 홍역을 치렀고, 법무부 홍보대사인 가수 박봄은 암페타민을 국내 반입하려다 걸렸다.


▶정부 ‘인기에 묻어가자’ㆍ연예인 ‘얼굴 알리기 굿’=정부와 지자체가 연예인 홍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홍보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연예인 입장에서도 공인받은 단체나 정책의 홍보대사로 나서는 것만큼 깨끗하고 바른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기에 좋은 게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연예인들의 경우 홍보대사로 써달라고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홍보대사 선정에는 ‘대중의 인기’ 외에 특별한 기준은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승리와 박봄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배경과 관련, “당시 이들의 소속 그룹인 빅뱅과 2NE1 등이 인기를 끌면서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예인 홍보 대사에 지급되는 보수에 관한 특별한 기준도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각 정부의 지침 여부를 살펴본 적이 있지만, 2019년 현재 지침을 가지고 있는 부처는 한군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2017년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홍배대사를 명예직, 무보수직으로 하라는 내용이 담긴 ‘예산 및 기금 운용 계획 집행 지침’을 각부처에 내려보내기도 했지만, 이 지침은 권고일 뿐 강제 사항은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관리도 부실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7년 연예인 홍보 예산을 삭감한 뒤, 각 부처에서는 자체적으로 연예인 홍보대사를 위촉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각 부처의 어떤 예산을 통해 홍보대사에게 돈이 지급됐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연예인 홍보 마케팅은 위험과 효과가 모두 큰 마케팅이다. 무조건 인지도에만 기댄 연예인 홍보보다 다양한 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나 지자체와 관련이 있는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쓰면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에 애정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연예인이라면 보다 책임감있게 행동할 것 아니겠느냐”고 조언했다. 

박병국 기자/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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