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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인류 ‘호모 루조넨시스’…‘인간 진화 역사’ 다시 쓸까
필리핀 북부 섬에서 유골 발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유사성



“호모 루조넨시스의 발견은 인류 진화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시나리오에 의문을 제기한다”

약 5만~6만 7000년 전, 120㎝ 남짓의 작은 키에 나무를 타는 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종의 인류 ‘호모 루조넨시스’의 존재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류 진화에 대한 기존 학계의 ‘정설’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리 자연사박물관, 호주국립대 교수팀 등 공동연구팀은 10일(현지시간) 네이처지를 통해 필리핀 루존 섬의 칼라오 동굴에서 발굴한 13개의 유골이 기존에 알려진 인류종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우리가 ‘호모 루조넨시스’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종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발굴한 7개의 치아, 2개의 두개골, 그리고 3개의 발뼈, 1개의 허벅지뼈를 분석을 바탕으로 호모 루조네시스의 외모와 생활양식을 추측, 설명했다.

작은 이빨을 통해 연구팀은 이 신종 인류의 키가 매우 작았으며,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호모 플로렌시엔시스’ 보다도 작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호모 플로렌시엔스는 일명 ‘호빗(키가 작은 종족)’이라고 불린다.

가장 흥미로는 것은 발견된 발가락 뼈가 굴곡이 져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해부구조는 그들이 두 다리로 걷거나 나무에 올라가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이 굴곡진 발가락 뼈가 200~3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만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특성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호모 루조넨시스가 섬에 고립되면서 원시적 특성이 재발현됐을 가능성과, 이들이 호모 에렉투스 이전에 아프리카를 떠나 루존 섬에 정했을 가능성이다.

후자의 경우가 맞다면 이는 전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이라는 기존의 인류 진화에 대한 ‘정설’이 수정돼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 학계의 정설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인류는 150만년 전까지 대륙을 떠난적이 없으며, 이후 호모 에렉투스라고 불리는 몸집이 큰 고대 인류가 아시아와 유럽 등을 가로질러 확산을 시작, 아프리카와 스페인,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정착했다. 하지만 호모 루조넨시스가 호모 에렉투스 이전의 인류 종과 유사한 특징을 보임에 따라, 호모 루조넨시스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직접 진화한 후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미스테리는 호모 루조넨시스가 육교로 본토와 연결된 적 없는 큰 섬인 루존에 어떻게 도착했느냐다. 한 가지 가능성은 초기 인류가 뗏목과 같은 것을 타고 의도적으로 바다로 떠났다는 것이고, 또 다른 가능성은 쓰나미와 같은 자연적인 사건으로 인해 떠내려왔다는 것이다.

파리 자연사박물관의 플로랑 데트루아 박사는 “사람들은 호모 에렉투스가 의도적으로 바다를 건널만큼 충분히 똑똑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고대 인류가 성공적으로 몇몇 섬에 정착했다는 증거들을 많이 발견했으며, 이는 이들이 바다를 건넌 것이 우연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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