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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 생활 안 할거야?”… 대학생 학과비 ‘납부 강요’ 악습 여전
-말뿐인 자율납부…총학도 못나서는 학과 학생회비 ‘악습’

[개강을 앞둔 한 대학교 학과 학생회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학과비 수십만원 내느니 자발적 아웃사이더 할래요” 대학생 이모(20) 씨는지난 3월 입학과 동시에 학과 학생회로부터 4년치 학과비 35만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 씨가 “학생회비라면 등록금 납부할 때 같이 냈다”고 하자 “총학생회에 내는 돈이 아니라 학과에 내야하는 돈”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과 학생회 선배들은 “총학이 해주는 게 뭐가 있냐. 가장 중요한 과 활동은 학과 학생회가 전부 기획한다”며 “과 생활을 하기 위해선 학과비를 내라”고 조언했다.

대학 신입생을 상대로 학과 학생회를 비롯한 선배들이 요구하는 ‘학과비’ 문제가 매학기 되풀이 되고 있다. 액수도 점점 커진다. 불과 5,6년전만해도 많아야 20만원 안팎이었던 최근 30만원까지 치솟았다. 개강총회, 종강총회, 체육대회, 과 잠바 제작 등에 사용한다며 대학생활 4년치의 과비로 3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김모(21) 씨는 지난해 학과비를 내지 않아 겪었던 사건들을 악몽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4년치 학과비를 한번에 걷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과비를 내지 않으면 학과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분위기도 한몫했다”며 “반수나 편입을 고민하고 있어 나중에 내겠다고 했더니 ’그럼 넌 과 생활 안 하는 걸로 알겠다’는 냉랭한 반응이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등록금을 내면서 자율적으로 납부 의사를 결정하는 총학생회비와 달리 학과비는 직속 선배를 통해 면대면으로 완납을 요구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주요 대학 총학은 학생회비를 내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학과비 문제가 매년 되풀이 되는 것도 총학의 재정난이 과 운영비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신입생들은 ‘대학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불안함을 느낌다. 학과비 납부가 사실상 강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그렇게 걷어간 학과비의 사용처가 문제 되는 경우도 많다. 얼굴도 모르는 선배의 졸업선물을 맞추거나, 수업을 들어본 적도 없는 교수를 위해 스승의 날 선물을 사는 데 쓰겠다고 수십만원씩 쓰는 경우가 다수라는 설명이다. 대학생 이 씨는 “학과 인원이 40명에서 30명으로 줄어들었는데도 예전만큼 값비싼 선물을 하겠다며 인당 학과비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수천만원 규모의 큰돈을 받아가는 학과 학생회지만 정작 과비 사용 내역은 불투명하다. 60명 단위 학과에서 1명당 35만원씩 걷으면 한해에만 2000만원이 넘는 학과비가 모이지만, 학생회칙에 포함된 관리규정에서도 열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 총학생회 시행세칙에 따르면 감사를 받는 대상은 총학생회, 총대의원회, 총여학생회, 동아리연합회, 단과대학 학생회 등 학과보다 한단계 상위 단위 학생회에 국한된다. 학과 학생회는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거나 시행세칙에서 제외된 경우가 대다수다. 총학 시행세칙을 통해 학과 학생회비를 감사하는 학교는 서울시립대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두 곳 정도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작 총학생회가 나서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모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과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학과 학생회비에 관여하면 월권 논란이 불거진다”며 “누구도 쉽게 나설 수 없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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