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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혼없는 육체의 기괴한 움직임…누구의 자화상인가
아라리오 라이즈호텔, 코헤이 나와 개인전
퍼포먼스를 조각으로 옮겨…장르간 경계 허물기
루브르 박물관 설치작 ‘쓰론’도 축소작 전시

Kohei Nawa, Flora_2 (Black Si_VESSEL), 2017, Mixed media, 155.4 x 150 x 144.5(d) cm.[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맨 몸의 무용수들이 무대위에 섰다. 고개를 숙인채, 관객에게 등을 보인 무용수들은 거대한 폭발음으로 구성된 미래적 느낌이 강한 음악에 맞춰 역동적 움직임을 선보인다. 등과 어깨 근육이 좁혀졌다 커졌다 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곤충의 입과 눈의 그것처럼 느껴진다. 얼굴을 가리고 후면으로 무대에 섰을 뿐이건만, 인간이 아니라 외계 생명체 같다. 일본의 현대미술가 코헤이 나와(44)와 안무가 데미앙 잘레(43)의 퍼포먼스 작품 ‘베셀(Vessel)’은 그렇게 이질적이다.

1905년 안무가 미하일 포킨이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를 위해 만든 ‘빈사의 백조’가 무용수들의 등에도 표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면, 이 작품은 인간의 근육에서 다른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코헤이나와 `베셀`개인전 전시전경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박제된 동물에 크리스탈 구슬을 붙인 ‘픽셀(Pixel)’ 시리즈로 유명한 코헤이 나와가 7년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이즈호텔은 코헤이 나와 ‘버셀(Vessel)’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퍼포먼스를 조각으로 옮겼다. 3D카메라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포착 한 후, 이를 캐스팅 했다. 전시장에는 길이 30미터, 너비 4.5미터의 무대가 설치됐고, 그 위에 인체조각이 자리잡았다. 코헤이 나와는 “베셀은 사후 세계를 테마로 한다. 영혼이 없는 육체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가 없는 형태를 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셀에 대해 “댄스와 조각의 조합”이라며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지금의 세계를 낙관적으로 볼지, 비관적으로 볼지, 아니면 판단을 아예 하지 않고 살아갈지, 머리 없이 저항하는 모습이기도 하다”고 했다.

조각의 겉면과 조각이 놓인 무대엔 탄화규소가 깔렸다. 작가는 “탄소규소는 강도가 세 번 째로 강하다. 다이아몬드의 형제라고도 불린다. 빛의 움직임이나 각도에 따라 반짝임이 달라보이며, 어쩌면 망령이나 영령이 있는 재료라고도 생각했다”고 했다. 형태가 고정된 조각이지만 조명에 따라 빛의 움직임이 강렬해 퍼포먼스의 역동성이 그대로 살아난다. 

2018년 루브루 박물관 피라미드에서 전시한 대형 금색 설치작인 `쓰론(Throne)`축소 작품.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전시에는 지난해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에서 전시한 대형 금색 설치작인 ‘쓰론’(Throne)을 축소한 작품도 선보였다.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는 순간을 정지시킨 것 처럼도 보인다. 일본만화 ‘아키라’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고 했다. ‘문명을 지지하는 지성이나 권위 권력 대신 인공지능이 내려보는 것이 인간의 미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의자에 앉은 어린아이가 인간임을 은유한다. 전시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이즈호텔서 7월 21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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