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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데이터·AI로 빚어낸 예술, 인간을 담다
국립현대미술관 ‘불온한 데이터’展
디지털 환경의 허점·통제불능 틈새 재해석
송은아트스페이스 ‘브뤼셀 인 송은…’展
기술혁신시대 알맞은 지능형 미래도시 고민

레이첼 아라, <나의 값어치는 이정도 (자가 평가 예술작품): 한국 버전 (This Much I’m Worth (The self-evaluating artwork): Korean Version>, 2019, 756x204x105cm, 약 400kg. [MMCA 제공]

현대미술가들은 이제 캔버스와 물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가지고 논다. 백남준의 후예이자 마르셸 뒤샹의 후예답다. 자신이 몸담고 살고 있는 사회를 자양분 삼아 이를 투영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최첨단 기술이란 가장 좋은 예술적 재료일터다. 가끔은 관객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최첨단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블링블링 화려한 기술의 향연을 제하고 나면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술을 가지고 노는 미술가들의 전시가 서울의 주요 전시장에서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불온한 데이터’와 송은아트스페이스의 ‘스마트 시티’전이다. 

불온한 데이터 전시전경 [MMCA 제공]

▶기술의 중립성? 환상을 벗어라=‘좋아요’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스마트폰 화면에는 사용자가 좋아할 법한 컨텐츠를 자동으로 띄워준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사용자는 완벽하게 특정 카테고리에 편입된다. 데이터는 더이상 중립적이 아니다. 개인의 일상부터 국가 단위 조직까지 ‘데이터화’돼 관리된다. 데이터는 우리 삶은 물론 사회 패러다임까지 움직인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이같은 디지털 환경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첨단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ㆍ우려를 작품을 통해 풀어내는 국제 융복합 주제전 ‘불온한 데이터’를 지난 23일부터 서울관에서 진행한다. 빅데이터, 블록체인, AI 등 데이터 기반의 작품을 통해 디지털 환경의 허점과 통제 불가능한 틈새를 예술적으로 재해석 했다. 포렌식 아키텍쳐(Forensic Architecture), 자크 블라스(Zach Blas), 수퍼플렉스(Superflex), 레이첼 아라(Rachel Ara), 차오 페이(Cao Fei), 사이먼 데니(Simon Denny), 하름 판 덴 도르펠(Harm van den Dorpel), 크리스 쉔(Chris Shen), 김실비, 김웅현 총 10명(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레이첼 아라는 거대한 네온 숫자판을 제작했다. ‘엔도서’라는 데이터마이닝 알고리즘을 사용해 작가 자신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 보여준다. 작품에 설치된 웹카메라가 집계한 관람객 수, SNS, 작품거래사이트, 영국 주가 지수인 FTSE100에 작가와 작품명이 언급된 횟수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가격이 바뀐다. 정말 이것이 ‘나의 값어치’인지 자연스런 질문이 고개를 든다.

한편, 차오 페이는 로봇 청소기 룸바를 좁은 탁자 위에 올렸다. 청소기는 떨어지지 않고 좁은 공간안을 열심히 청소한다.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빠르게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으나 사회 양극화와 세대격차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중국 사회의 현주소를 암시한다.

이처럼 작가들은 데이터를 가공, 소유, 유통하는 주체는 누구냐하는 공통의 질문을 던진다. 어떤 방식으로 그들이 가진 정보가 권력화 되는지, 이것이 또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본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박제성, 개체 관계, 2019, 미디어, 브라스, 가변크기 [송은문화재단 제공]

▶스마트 시티, 당신은 행복한가=전세계 인구 절반은 도시에 살고 있다. 학자들은 2050년에는 70%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한다. 급격한 인구 이동과 편중에 도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도시는 그저 ‘시한폭탄’이 될 뿐이다. 글로벌 시대 도시는 사회ㆍ민주적 발전 뿐아니라 기술ㆍ경제ㆍ환경과 연관된 이슈를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고민에 기초한 전시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기술 혁신 시대에 걸맞은 지능형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한 ‘브뤼셀 인 송은:기술 2.0 시대를 넘어 도시를 상상하다(Brussels in SongEun: Imagining Cities Beyond Technology 2.0)’전은 미래 스마트도시에 대한 개념화를 뮌, 박재성, 라빗시스터즈, 랍[오], 비트 스트뢸리, 안느마리 마스 등 국내외 12명의 작가를 통해 끌어낸다. 전시는 2013년부터 연례적으로 추진해온 국가 연계 프로젝트의 하나로, 올해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 아트&테크놀로지 플랫폼 글루온(GLUON)과 협력하에 이뤄졌다. 유네스 바바알리는 메자닌 공간에 수많은 위성접시를 설치했다.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정착한 이들은 어정쩡하게 부유한다. 고향의 소리를 듣고자 설치한 위성접시는 때로 오작동하며 더이상 이민자들이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않음을 은유한다.

박재성의 신작 ‘개체 관계’는 홍채 인식, 3D 프린팅 기술, 가상현실 등 이른바 4차 산업의 주축이 되는 기술을 활용한 작업이다. 작가은 매일 실험실에서 명상을 하며 그 홍채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홍채의 움직임을 3D프린트로 제작한 설치작업은 첨단기술이 결국 아무런 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할 것임을 말한다. 작가는 “기술이 연필처럼 우리에게 수동적으로 존재하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간이 스스로 지켜야할 가치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기술이 이끄는 미래에 우리가 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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